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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뮤 Apr 22. 2024

[포토에세이] 빨간 우체통에 엽서 한 장

[Photo Essay]


저희 집 뒷산 오르는 길에는 흰 벽돌집이 하나 있습니다. 목련 나무 한 그루가 마당 한가운데 심어져 있고, 벚꽃 나무가 둥그렇게 싸고 있는 아름다운 집이에요. 이렇게 예쁜 집에는 누가 살까 궁금하지만 집주인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대문을 활짝 열어두는 그 집 앞에 진달래꽃이 만발해졌고 봄바람에 꽃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네요. 마치 사뿐히 즈려밟고 들어오세요 하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마당으로 쑥 들어가려는 발걸음을 애써 돌려 산길을 내려오는데 나무에 매달린 빨간 우체통을 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집에서 먼 곳에 우체통을 달았을까 궁금증이 들던 동시에 아하~ 이유를 알았습니다. 우체부 아저씨가 위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그런 것이지요.


순간 제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번집니다. 빨간 우체통에 엽서를 넣어볼까. 내용은 ‘안녕하세요,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며칠 후, 우체통에 집주인의 답장이 있고요.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이렇게 엽서가 오가게 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겁먹은 주인이 대문을 꽁꽁 닫는 결과를 낳을 것만 같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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