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는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작은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은 정갈한 느낌을 주었고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틈조차 꽃으로 채워진 곳이었다.
그 길을 따라 발길을 서둘렀다. 팁 투어를 위해서였다. 광장에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중에는 신혼부부와 커플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꿀덮인 눈동자로바라보는 프라하는 핑크빛일까, 같은 것을 봐도 그들의 시선은 조금 더 로맨틱할까.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말없이 언니를 응시했다. 마냥 웃고 있는 언니에게 따스한 눈빛을 보내며 "아주 행복하시구만" 하고는 손목을 잡고 맨 앞 줄에 섰다. 우리 여행엔 핑크빛은 없지만 붉은 핏줄로 연결된 편안함은 있으니까.
누구의 여행이든 자신만의 색을 띠고 그 고유한 색으로 물들어간다. 사랑이 빨강이라면 우리는 주황쯤 되겠다.
가이드님 마무리 인사와 함께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탁 트인 공간을 채웠다. 각자 주머니에서 원하는 만큼의 팁을 꺼내 그가 들고 있는 모자에 넣었다. 미리 계산해둔 팁을 보니 온종일 설명해 주신 노력에 비해 작게만 느껴졌다. 순간 주먹만 한 돌 하나가 마음에 얹힌 것 같았다.
하루 예산이 정해져 있긴 했지만, 저녁식사 장소를 식당에서 슈퍼로 변경했다.훗날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도 감동받은 만큼 낼 수 있길 바라면서, 우리도 조금 더 많은 양의 팁을 모자 속에 넣었다.
2060년 어느 날, "예전 팁 투어 때기억나? 그 시절엔 부족해도 뭐든 좋았잖아. 빵도 소화가 참잘 됐어 그땐."
철 지난 이야기를 회상할 수 있는 날이언젠가 우리에게도 올 것이다.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그때를 회상할 것이다. 여행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곱씹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가 막힌 소세지
광장 어딘가에 기가 막힌 소시지 가게가 있다는 가이드님 말이 떠올랐다. 정확한 곳을 알려주지 않아 오직 우리 촉으로 찾아야 할 곳이었다. 순간 장작이 가득 쌓인 곳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를 불 맛과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게였다. 소시지 두 개와 맥주 하나를 주문해 스탠드 테이블에 자리 잡은 순간, 갑자기 꿀벌 두 마리가 윙윙 날아들었다.
꿀벌은 소시지 곁에 머물며 그 맛을 음미하는 듯했다. 어릴 적 벌에 쏘여봤던 나는 돌멩이가 된 채 노란 옷 입은 불청객에게 소시지를 먼저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소시지를 조심히 들어 테이블에서 빠져나와 몇몇 사람들이 자리한 바닥에 꾸겨 앉았다. 작은 불청객들이 선택한 이 소시지는 분명 맛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벌도 먹고 싶어 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꿀벌도 소금을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 덩어리를 씹은 듯한 짠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소시지의 짠맛을 중화시켜 보겠다며 먹은 빵은 스펀지처럼 푸석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