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고요를 동시에 대면할 수 있는 운동
오랜만에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난 러닝은 꾸준히 하지만 대회는 거의 나가진 않는다.
"한 번 뛰어볼까?" 문득 스쳤던 호기심은 나의 생기를 돌게 한다.
3년 전 작은 대회에서 1등을 기록했고, 그 후로는 1등을 했다는 기억만 가슴에 품고 혼자 운동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처음부터 잘 뛰었다.
자세가 좋았고, 지구력이 내 호흡을 끝까지 이끌어줬다.
난 단거리보단 장거리에 강하다.
몸이 원래 냉하고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달리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더워서 흘리는 땀이 아닌, 인위적으로 흘린 땀은 내 세포를 깨워주고, 피를 돌게 한다.
이사 온 후, 헬스를 꾸준히 하면서 근력을 키웠고, 다시 한번 러닝에 자신감이 붙었다.
근처 지역 대회가 있으면 나가고 싶었다.
마침 영광에서 첫 회 마라톤이 열렸다.
하프를 신청했지만, 원했던 기록을 세우고 싶어 10킬로로 변경했다.
바꾸길 참 잘했다.
대회 당일 새벽부터 천둥번개 동반 폭우로 인해 대회가 취소되는 줄 알았다.
일단 출발하고 보자..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됐다. 이제 그냥 즐기자!
많은 재능러들을 재치고 "여자 4등"을 했다.
처음 오버 페이스로 무리했지만, 이 악물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점점 도착지에 다다랐을 때, 환희와 감동이 몰려왔다.
침묵과 고요를 동시에 대면할 수 있고,
나를 단련할 수 있는 수련이자, 깊은 운동이다.
늘 죽도록 뛰어도 죽진 않지만 죽도록 힘들다.
"달리기에서 이겨야 할 상대가 있다면 과거의 나 자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