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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Apr 22. 2022

고백, 간증, 회복, 인내

청년들의 수련회 뒤풀이를 마치고

젊은 사람들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마구 털어놓는다. 눈물이 난다. 나이를 먹었으면 무슨 답을 해 주든가, 그래도 무슨 소망이 있다고 얘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알고 보면 지금 내 형편도 그냥 그렇고 또 그래서 감히 누굴 위로하거나 조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슬픔이, 또 눈물이 마냥 더해지기만 할 뿐..


'카타르시스'라는 게 있어서 울다 보면 후련해지는 효과가 있다. 마구 울며 마구 공감하다 보면 이런 게 '참 좋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그러나 울다 불다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기는 해도 정작 해결되는 문제는 정말 하나도 없다는 사실. '그럼 결국 뭐가 참 좋은 것일까?'


격의 없이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 또는 분위기가 좋은 것일 것이다. 또 험한 얘기를 실컷 펼쳐놓아도 그리 흉이 되지 않고 큰 허물로 삼지 않는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실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솔직히 그다지..'


무엇보다 많은 문제를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해결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름 아닌 신앙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제를 토로하는 시점과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의 차이가 많은 경우 매우 크다는 것.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건 아닌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아무래도 다분히 그런 경향이 있더라는.. '그렇다면?'


우선 도취돼서는 안 된다. 심지어 주인공이 '나'이기까지 한, 이 한 편의 극적인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 한 몸 바쳐 더 비참해지고자 노력하는 것 같은, 이상한 행태를 생각보다 꽤 많이 보아왔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혹 당장 끊거나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속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아무리 내 삶의 이야기가 갑자기 싱겁고 재미없어질지언정..


그런데 '우리 인생 얘기가 그렇게 순식간에 싱거워진다?' 걱정할 필요 없다. 세상 일이 원래 그렇게 쉽게 술술 풀릴 거였으면 애초에 이 숱한 사람들에게 이 많은 얘깃거리가 이렇게 숱하게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가운데 '인내'라는 게 있다. 인내 끝에 뭘 이루거나 받으면 참 좋긴 하겠지만, 인내는 그 자체로 참 귀한 열매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차피 우리 인생 여기서 결판 나거나 끝장나는 것도 아니고, 신앙인은 그야말로 좋은, '일의 결국'을 알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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