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정치부 '연기대상'

야당말진이 꼽은 야당의 캐릭터는 누구?

by 고승혁
"정치는 연극이다" 하비밀크曰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극'이 이어진다.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실에는 항상 방송용 LED 조명이 켜져있다. 아침 10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변인이 카메라 앞에 선다. 꼿꼿히 허리를 세우고 목소리를 다듬는다. 곧바로 '강력규탄'이니 '해당행위'니 하는 말들을 뱃속에서부터 끌어올린다. 단단한 목소리가 한데 뭉쳐 옹골지다. 카메라와 마이크 그리고 녹음기는 국회 어디에나 있다. 방송시설이 곳곳에 준비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유권자의 '눈'에 띄어야 하는 '정치인'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소개한다. 나는 야당기자니까 야당 의원들만 꼽아본다.

정치편향이 아냐 누누이 강조하지만 내 브런치에 나온 이야기는 전부 사견이다.


2015 야당 연기대상 '발성부문'

'중랑의 딸' 서영교

'보스'가 아니다 '국회의원'이다 / 일요서울


깊은 뱃속에서 끌어올린 폭발적인 목소리. 우렁찬 발성으로 "중랑의 딸 서영교 입니다~!!!"를 외치면 여야출입기자 가리지 않고 쳐다보게 되는 흡입력이 일품. 카랑카랑하고 묵직한 목소리에 어디 말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억양(?)을 곁들이면 넋을 놓고 듣게 된다. 달팽이관이 좀 아프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최근 성폭행 의혹으로 국회 윤리특위에서 제명안이 가결심학봉(새누리·경북 구미 갑)의원의 저격수를 자임한다. 로텐더 홀을 계단을 내려가다 "의원님 어디가세요?" 물어보면 "응~ 나 심학봉 징계 건의하러가지"라 답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디 가시냐고 물어보면 "국회의장님 만나서 심학봉 이야기 하려고" 당대표실 앞에서 인사하면 "아니 심학봉을 징계해야하지 않겠어?"라며 대화의 끝을 심학봉으로 마무리하는 재주를 지녔다. 기승전심학봉


심지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앞에 줄지어 앉아있는 여당출입기자들에게 "저는 저쪽당 여성위원장 서영교입니다. 아니 여당기자님들 '심학봉' 안 쓰세요? 우리 '심학봉'을 그대로 놔둬서 되겠습니까?"라는 드립을 날려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새정치연합 중앙위원회날 친노-비노 데스매치 디데이, 모든 기자들이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통과 여부와 비노·비주류 의원의 반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도 "자자~ 기자여러분. 중앙위원회 끝났으니 이제 심학봉 기자회견장으로 모두 갑시다"라는 말을 던져 야당 기자들이 한 번에 빵 터졌다. 가끔 서영교 의원 검색하려다가 나도 몰래 심학봉을 치고 있어 깜짝 놀란 적도 있다.


2015 야당 연기대상 '발연기부문'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문재인 잘생김 / 새정치민주연합


정계의 김태희. 잘생김을 믿고 연기력을 닦지 않는다. 포커페이스 제로. 싫으면 싫은 티가 나고 좋으면 좋은 티가 난다.


9월 초 교섭단체 연설이 끝나고 모 경제지 기자가 "원내대표 연설 어떻게 들었냐" 묻자 "그런 것 까지 대표에게 다 확인해야 겠습니까?"라 까칠하게 대답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난 6일에는 내가 "안철수 의원이 패권주의 지적하시던데?" 묻자 "그건 뭐 이렇게 질문할 거리가 안 될 것 같다"며 국회 본청 앞에서 차를 타고 휑하니 떠나 버렸다. 반면에 모 통신사 기자의 증언으로는 녹음기를 끄고 그냥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눴더니 예의 그 잘생긴 미소로 편안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중론은 "당 이야기만 아니면 다 잘해주는 대표" 아니 근데 당대표에게 당 이야기 물어보지 뭘 물어보나


강직하고 곧은 분이란 느낌이 강하다. 정치적이고 의례적인 대답을 하느니 차라리 답을 하지 않는 편. 당직자의 증언으로는 말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이라 한 번 꺼낸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한다. 당연히 심사숙고하고 조심스레 입을 연다. 대화를 할 때 빤히 상대의 눈을 쳐다본다. 늘 거짓 없이 '진심'을 전달하려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런데 '진심캠프'와는 사이가 안좋다 다만 그렇다보니 미디어를 세련되게 대하지 못하고, 정치적 제스처를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되고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정치적 재신임을 받은 이후에는 자신감이 붙은 듯 기자의 질문에 강직한 태도로 당당하게 답하곤 한다.


2015 야당 연기대상 '스윗젠틀부문'

'공주의 남자' 박수현

엄청나게 친절하다. 감동적인 연설로 최근 인터넷 스타(?)로 등극/ KBS


오전 8시쯤. 원내에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면 박수현 의원에게 전화를 건다. "어~ 고기자 무슨 일이야?" 박 의원은 이른 시간이든 늦은 시간이든 항상 친절하게 전화를 받는다. 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질문에 최대한 자세히 답한다. 초선인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 벌써 대변인만 3번 맡았다. 그는 국회출입기자단이 투표한 '바른언어상'과 '품격언어상'을 수상했다. 내가 본 의원 중에서 가장 '신사'답다.


지난 20일 새정치연합은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열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박 의원의 연설을 듣고 안에 있던 의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는 속으로 '무슨 연설을 듣고 눈물까지 나오나' 싶었다. 그러나 김성수 대변인이 박 의원의 연설문을 읽어주자 코 끝이 찡해졌다.


그는 계파싸움으로 얼룩진 당내 상황을 담담하게 읊조리며 "나는 아내도 없다. 두번 징역갈 뻔 했는데 아내가 견디지 못하고 나를 떠났다"며 "국회의원 당선된 뒤 아내를 6번 찾아갔지만 얼굴도 보지 못했다. 전해들은 얘기로는 내가 가장 힘들때 나를 버렸는데 어떻게 돌아오느냐는 것이었다"고 개인사를 드러냈다. 그는 "20대 낙선할 것 같다"면서도 "재선되면 아내에게 돌아와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을 끝맺었다. 이날 여기자 몇몇은 카톡방에서 "박수현 의원 낭만적이다" "오늘 부터 팬이 될래요" "로맨틱해" 등 훈훈한 반응을 보였다....더 있지만 여기까지


2015 야당 연기대상 '대망의 대상'

'나는야 원내대표' 이종걸

뭔가 송구스러워 보이는 표정과 깍지 낀 손이 트레이드 마크 / 포커스뉴스


기본적으로 유쾌하다. 진지함 속에 숨어있는 '장난끼'가 매력포인트. 다만 장난스러운 말 때문에 가끔 '사고'가 난다. 의뭉스러운 표정과 깍지 낀 두 손이 귀엽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알듯 말듯한 특유의 표정이 '포커페이스'로 이어진다. 지난달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국회일정 협의를 하다 화난 표정으로 뛰쳐나왔다. 후에 모 신문기자 선배가 "왜 화나셨어요?" 물어보니 곁눈질하며 씨익 웃으며 하는 말. "협상 전략이지" 그런데 왜 협상에 실패하셨어요ㅜㅜ


진지한 자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얼토당토치 않은 농담을 건네 기자를 웃기는 능력이 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누군가 "새정치연합에서 나온 사람들이 신당 만드는데 잘 될 것 같은가" 묻자. 엄숙한 표정으로 "제가 탈당만 3번 해봤다"며 "저는 4번 선거를 했는데 그 때마다 제 번호(선거기호)가 달랐다"고 셀프디스를 선보였다. 소리내서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제가 당선되는 데 상당한 기술"이 있다며 "동물적 감각"으로 "이번에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해야 더 맞을 것같은 예감"이라고 답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민감한 질문'을 '농담'으로 넘기는 제스처가 세련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과도한 유쾌함이 실수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오찬자리에서는 특유의 쾌활한 표정으로 "우리는 재신임 하면 '유신'이 떠오른다"며 "아니 천만 영화 '변호인'의 상징인 문재인 대표가~!!라고 껄껄껄 '박정희'에 '문 대표'를 비유해 결국 사과했다. 다다음날 그는 원내대표실 앞에서 특유의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진의와 다른 표현이 잘못 전달 됐다"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카메라 앞에 서있었다. 역시나 깍지 낀 손을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데헷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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