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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환 May 07. 2018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

싱어송라이터 투자가가 쓴 쉽고 재미있는 투자 지침서

이삿짐 정리로 분주하던 주말 가구 조립을 위해 아는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고맙게도 동생은 나에게 읽어보라며 투자 관련서 몇 권을 가져다주었는데, 내가 이삿짐 정리를 마치고 가장 먼저 집어 든 건 이 책이었다.




저자는 주식 투자보다는 '마법의 성'이라는 히트곡으로 대중에게 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다. 또한 80년대 애널리스트로 투자시장에 입문해 증권사 임원으로 퇴직하기까지 한국 주식시장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경험한 베테랑 투자가이며, 지금도 개인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본인은 본문에서 '그저 운이 좋아서 두 가지 일을 다 경험할 수 있었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추지만, 음악과 투자를 저 정도 수준으로 겸업할 수 있는 사람은 저자 외에는 없다. 실로 부러운 재능이다.


저자는 투자와 음악을 주제로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회고하며 1장을 시작한다. 겸손하고 솔직한 어조로 자신의 삶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크게 특별할 게 없었으며, 자신 또한 주식 시장에서 여러 차례 좌절과 절망을 경험했음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때때로 큰 조정장에서 많은 이들이 주식 시장에 좌절할지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주식시장에는 희망과 기회가 있음을 강조한다.

(1장. 노래하는 투자자의 투자하는 기쁨)


2장에서는 흔히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해 오해하는 내용들에 대하여, 자신이 다년간 기관투자자로 재직하며 경험한 사실에 근거하여 실상을 알려준다. 저자는 개인투자가들이 흔히 기관투자가에 비해 정보의 열세, 공매도 등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기관투자가도 개인투자가에게는 없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관 투자자가 겪는 제약은 성과에 대한 압박과 운용자산 규모에 따른 것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단기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지수 추종 위주의 제한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고, 현금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한다.

운용 자산액이 크기 때문에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경향이 있고, 매매 시점과 물량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


2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을 강조하고,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새겨들으며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을 권하며,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투자 철학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가 소개한 좋은 투자 원칙의 기준은 간단하고, 인식 가능하고, 반복 가능하고, 재편 가능한 것이다. 간단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반복해서 일관되게 실천해나가되,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2장. 지키는 투자, 기관 투자가를 이기다)


3장에서는 저자 스스로가 평생 고민하며 갈고닦아온 투자 철학을 쉽고 설득력 있게 소개한다. 저자의 투자 스타일은 개인투자가도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투자 원칙들로, 핵심 내용은 가치주, 장기, 분산, 중소형주, 상대가치 평가 등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성장주' 투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들여 소개하고 있으며, 성장주 투자를 할 때 해야 할/해선 안 되는 일을 설명한다.


저자는 성장주 투자 시에는 모멘텀을 추종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권하며, 매입가보다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시 손절매로 대응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조금 독특한 점으로, 가치주 투자를 할 시에는 가격 하락 시 추가 매수로 물 타기 할 것을 권한다. 내가 이해한 내용으로 다시 풀어보면, 추세 추종 전략을 쓸 때는 추세에 동행하고, 가치 투자 전략을 쓸 때에는 추세를 무시하고 내재가치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제시 리버모어의 추세 추종에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안전 마진과도 모두 논리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 본질은 어떤 투자 철학을 세우고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참고로 부연하면, 저자가 설명하는 가치주와 성장주의 개념은 PBR과 PER이 낮고 높음에 따른 구분으로, 원조인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필립 피셔의 개념과는 같지 않다)


저자의 투자 철학 중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으로는 최소 10종목에서 20종목 정도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한다는 점이다. 아마 다년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근무한 경험이 체화된 게 아닐까 싶은데, 저자가 중소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리스크 헷지에도 중요하게 기여할 것이다. 저자는 집중투자의 결과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며, 개인투자자들도 2013년 현재 평균 3~4개 수준인 포트폴리오를 더 여러 종목으로 구성해야 할 것을 역설한다. 참고로 현재 내 포트폴리오는 4종목인데, 저자의 말에 조금 공감이 되었다. 그래도 10종목 이상까지 꾸려질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 계량적 기준으로 주식 매매의 기준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방법을 '스타일 투자'로 명명하고, 저 PBR, 저 PER, 어닝스모멘텀(최근 한 달간 애널리스트의 EPS 추정치가 높아진 종목),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저 PBR 전략을 선호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당부한 열 가지 내용을 소개해본다.



하나, 자신만의 투자 기준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둘,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다면 가치주 투자부터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중소형 가치주 투자는 실적 발표를 확인한 후 낮은 PBR과 높은 ROE 종목을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셋, 투자 금액의 규모와 상관없이 10개 종목 이상 분산 투자합니다.

넷, 가치주 주가가 하락했다면 물타기를 고려합니다.

다섯, 성장주에 투자해 위기를 맞았다면 손절매를 고려합니다.

여섯, 스타일 투자 시 종목을 비교 선정할 때에는 동일한 업종 내에서 업종 평균보다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을 찾아봅니다.

일곱, 가치주 스타일 투자에서 장기적으로 성과가 증명된 것은 저 PBR 스타일입니다.

여덟, 성장주 스타일 투자는 어닝서프라이즈가 발표된 후, 기존 추정치보다 애널리스트 추정치가 상향된 종목을 매수합니다.

아홉, 스타일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매수하고 일정 기간 후에 포트폴리오를 반복적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열, 시장이 급락하면 당황하지 말고 이전보다 더 보수적인 자세로 매우 저평가된 종목을 찾습니다.



주말 오후 반나절 정도를 들여 1 회독을 하고, 또 반나절 정도를 들여 글로 정리하며 2 회독을 했다. 내용이 쉽고 기본에 충실한 책이라 많은 개인 투자자가 입문용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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