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등원길 만들기
아침마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집 앞 30초 거리의 어린이집에서 나는 소리다. 새 학기 적응 중인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온갖 발버둥을 친다. 아이를 떼어 놓으려는 엄마도 애를 쓰는 건 마찬가지다.
'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엄마의 걱정스런 눈동자는 흔들리고, 아이도 그 흔들리는 눈빛을 감지했는지 끝까지 힘을 다해 떼를 써 보기로 한다. 창문을 열면 한 달 내내 이 샤우팅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3월을 '대성통곡의 달'이라 부른다.
어린이집에 웃으며 들어가는 아이들과 안 들어가려고 드러눕는 아이들이 있다. 기분 좋게 잘 다니던 아이가 어떤 날은 어린이집 문 앞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돌아서기도 한다.
해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름의 이유와 방법을 생각해 봤다. 아이 성향에 따른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부모의 실수에 의한 눈물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1. 마음가짐
모든 일이 그렇듯 첫째는 마음가짐이다. 얼른 아이를 맡기고 빨리 쉬거나 출근할 마음이 앞설 수 있다. 자녀를 보낸 후의 계획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어린이집에 안 들어가는 아이를 보는 마음만 더 급해진다.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널 빨리 보내고 싶어'의 마음이 아닌, 그 순간만이라도 '네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니 아쉽지만 눈물로 보낸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와 한 마음이 되어 '저 문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은 하루가 펼쳐질까' 기대하자.
2. 그림 그리기
어른도 출근이 두려울 때가 있는데, 집이 아닌 낯선 곳을 향하는 아이들 마음은 오죽할까. 아이가 불안한 이유는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예습을 하면 수업시간에 자신감이 생기듯, 아이들 머릿속에도 미리 그림을 그려주면 좋다.
어떤 친구를 만날지,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어떤 반찬이 나올지, 체육 시간엔 어떤 재미난 놀이를 할지.. 즐거운 상상화를 그리다 보면 아이들도 얼른 그곳에 가고 싶다.
3. 이야기 듣기
'그림 그리기'가 예습이었다면 '이야기 듣기'는 복습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기대감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제일 크게 웃은 일은 뭐였어?" "친구나 선생님이랑 했던 제일 재밌는 말은 뭐야?" "무슨 반찬이 제일 맛있었어?" "어떤 맛이었는데?" 등 질문을 잘 던져보자.
4. 가는 길은 꽃밭으로
레드카펫을 깔듯 어린이집 가는 길은 꽃밭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집을 향한 발걸음이라기보다, 주어진 길 자체에 집중하며 즐긴다. 꽃들과 인사하고, 나무와도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새들이나 벌레를 만나면 더 반갑다.
5. 선생님과 관계 쌓기
아이들은 '우리 엄마아빠와 친한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건 기본이다. 등하원 시 짧게 전할 수 있는 아이의 에피소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농담 한마디라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6. 아이의 친구도 내 아이처럼
등원할 때 같은 반 친구라도 만나면 내 아이 대하듯 반갑게 맞이하며 기를 살려야 한다. 선생님과의 인사만큼 친구와의 인사도 중요하다. 상권을 살려야 내 가게도 살듯 아이 친구들 기분이 좋으면 내 아이도 그 분위기를 탄다.
7. 가능하면 등원은 아빠와
아이들이 울면서 떼를 쓰는 건 들어가기 직전까지다. 막상 엄마와 떨어져 어린이집 문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 엄마의 눈빛이 흔들리면 아이들은 희망(?)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아빠들은 무디고 여지를 잘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비교적 아빠와는 헤어지기가 쉽다.
8. 인내, 또 인내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어린이집 문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무조건 기분 좋게 가야 한다. 아이가 이상한 옷을 입겠다고 우기든, 밥을 안 먹겠다고 짜증을 부리든, 절대 기분 나쁜 티를 내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지금 극도로 예민하다. '뭐 하나만 걸려라' 하고 구실을 찾고 있다. 끝까지 참는 인내력과 섬세함이 요구된다.
9. 비상용 아이템
아이가 기분 좋게 가다가도 어린이집 문 앞에서 갑자기 돌아서는 경우가 있다. 빠르게 눈을 돌릴 아이템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탕 같은 간식은 좋지 않고, '칭찬스티커'나 '용기반지' 등을 준비해 두면 좋다. 버릇이 되지 않게 비상시에만 이용한다.
어린이집에 걸어 들어가는 건 아이지만, 아이에게 꿈과 기대를 심어주는 일은 부모의 몫이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늘 가벼웠으면 좋겠다. 여행지를 향한 발걸음처럼.
감사하게도 빛이와 하늘이는 이 대성통곡의 달을 눈물 없이 무사히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