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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기도

이각형이 뭘까

by 윤슬기

우리 집은 4층이다.


아침에 아이들과 등교할 때 엘리베이터를 잡으면 빛이, 하늘이, 나 이렇게 셋만 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4층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또 의외로 길기도 하다. 난 쪼그리고 앉아 양손에 두 딸을 끌어안고 큰 소리로 빠르게 기도한다.


"사랑하는 우리 빛이와 하늘이, 오늘도 사랑 많이 받고, 사랑 많이 하고, 사랑을 발견하는 하루 되게 해 주세요."


매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늘 핵심은 비슷하다. 오늘의 만남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하루, 그거면 됐다.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진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아빠, 이각형이 뭔 줄 알아?"


빛이가 묻는다. 아직 1학년이라 도형에 대한 개념이 없는 듯하다. '아빠 공대출신 수학대장이야. 설명 들어간다. 잘 들어.'


"이각형은 꼭짓점이 두 개만 있다는 뜻이거든? 그래서 이각형은 도형이 아니야. 점이 두 개만 있으면 두 점을 이었을 때 선이 되겠지? 그래서 이각형은 '직선'이 되는.."


"땡! 그건 나도 알아."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틀렸다. 옳은 설명을 해주는데 틀렸다고 판정받은 억울함보다, 중간에 잘린 게 더 기분 나쁘다. 하지만 이어지는 빛이의 대답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기쁨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각형은 하트야!"


그러네. 아빠가 점과 점 사이를 가장 빠른 길로만 가려고 했네. 조금만 돌아가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사랑은 그렇게 발견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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