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절망에서

도망치던 나를, 지금- 여기에 있게 힘은 바로 매일의 작은 정성

by 열매 맺는 기쁨

요즘 왜 이리 바쁘냐는 남편의 불만에 화가 났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가정을 돌보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는데, 남편은 여전히 완고한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마침 잘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씻지 않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안아 머리를 감겼습니다. 평소 뒷물은 스스로 하기 원하던 아인데, 씻기 좋은 자세로 앉으라는 엄마 말에 엉엉 울며 자세를 취합니다.

부모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인 아이를 보면서 나의 마음도 무너졌지만, 아이를 씻기는 어미의 손길은 여전히 거칠었습니다.


나는 가족을 대하는 나의 행동과 눈빛, 실랄한 말투 모두에 실망스러웠습니다.

나는 내내 후회하면서도, 계속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나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절망스러웠습니다. 지금-여기의 내 몸, 내 마음, 내 감정이 모두 내 것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이 실패 앞에 나를 두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정리하며, 지금-여기의 기쁨을 누리지만, 곧 다시 몸 없이 머리만 굴리는 나를 만납니다.

여전히 머리 안에 만들어 낸 환상으로 남편을 평가하고 제약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힘으로 통제함으로 분노를 다루려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압니다. 독재자처럼 나에게 군림하며, 나를 강압한다고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예전처럼 나를 다그치고 비난한다고 내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지질 않는다는 것을요.

오직 나를 들여다보는 매일의 작은 정성만이 지금-여기에서도 충분한 나를 살린다고요.


이 절망이 말합니다 '당신은 잘하고 있어'.

역설의 가르침이 다시 내 몸을 깨웁니다.

어제 실패하셨다면, 오늘 절망하실 거라면 그대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 당신, 잘하고 있어"



아난다캠퍼스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명상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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