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584권
감상
일단 과학 이야기들이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과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깊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읽으면서 저자가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과학자라는 것은 고려하고 읽어야 합니다.
날씨, 공룡, 호르몬, 중독 등 일상에서 접하는 사회적 현상을 과학적 사실에 숫자를 입혀 설명해줍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수영장의 오줌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것은 손뼉을 치게 합니다.
저는 일본산 초밥도 먹습니다. 논리적 정연성에 공감합니다.
과학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은 충분히 증명합니다.
문과적 인간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기보다는 새는 그냥 공룡인 것이다.
1
요즘 긴털매머드 화석은 암시장에서 2천만 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20년 전보다 10분의 1로 떨어진 가격이다. 원인은 짐작하신 대로다. 긴털매머드가 마구 발견되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툰드라 동토가 녹으면서 긴털매머드 화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긴털매머드 화석 가격의 폭락 원인은 기후위기인 셈이다.
2
스릴러 영화는 크게 두 가지다.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 두 사람이 탁자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탁자 밑에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두 사람은 모르지만 관객은 째깍째깍 타이머 숫자가 줄어드는 걸 보며 가슴을 졸인다. 이게 서스펜스다. 폭탄의 존재를 관객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 이건 서프라이즈다.
3
왜 갑자기 수컷이 늘었을까? 모른다. 하지만 다른 생물의 경우를 보고 미루어 가설을 세울 수는 있다. 바로 기후 변화다. 파충류의 경우 산란장의 온도가 새끼의 성별을 좌우한다. 악어류의 경우 둥지 온도가 32.5도에서 33.5도 사이인 경우에는 수컷이 태어나지만 온도가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암컷이 태어난다. 거북이도 온도에 따라 새끼 성별이 달라진다. 두꺼비 성비의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4
프랑스 혁명이나 아랍의 봄은 단지 민중들의 의식이 바뀌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1783년부터 1784년까지 2년간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하면서 유럽의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 되었다. 아랍의 봄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여름이 더워지면서 밀 생산이 급감하자 수입 밀가격이 오른 데 대한 분노로 발생했다. 압제는 참아도 배고픈 건 못 참는다.
5
구리는 양성자가 29개, 주석은 50개다. 둘을 합치면 양성자가 79개다. 금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입자 가속기를 돌리려면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세 연금술의 주원료였던 납의 양성자 수는 82개다. 따라서 납의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3개만 제거하면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양성자를 집어넣거나 빼내려면 역시 입자 가속기가 필요하다. 입자 가속기를 운영하는 비용은 막대한데 거기서 만들 수 있는 금의 양은 보잘것없다. 과학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6
침팬지는 갈등을 전쟁으로 해결하는 데 반해 가장 가까운 친척인 보노보는 갈등을 사랑으로 해결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보노보는 평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인간은 보노보보다 몸집은 더 크지만 송곳니는 더 작다. 이것은 인류가 보노보 이상으로 평화로운 존재라는 뜻이다.
원시인과 달리 현대인은 식량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침팬지와 달리 누구나 짝을 지을 수도 있다. 적어도 우리는 보노보뿐만 아니라 원시인보다는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7
항암 치료를 하면 머리가 빠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항암 치료란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방식인데, 암세포만 골라내서 증식을 막을 수는 없다. 다른 세포의 증식도 막는다. 평상시에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만큼 머리카락이 새로 나기 때문에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항암치료로 이러한 작용이 안 되니 머리가 먼저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8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희한하다 그 모습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달이 떠올라 오면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그립다 그 얼굴
대학에 들어가고 유신 헌법과 통일 주체 국민 회의가 얼마나 잘못된 체제였는지를 알게 된 무렵에야 서울대 공대생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불러주었던 노래에 나오는 라쿠카라차가 ‘바퀴벌레’라는 뜻이며, 경쾌한 멜로디와 달리 슬프고 비장한 노래라는 사실을 알았다. 1910년부터 1920년까지 진행된 멕시코 혁명* 당시 농민군은 <라쿠카라차>를 혁명가로 불렀다. 아마도 멕시코 전통 의상인 판초를 입고 모자 솜브레를 쓰고 줄지어 가는 농민군의 모습이 마치 무리 지어 가는 바퀴벌레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멕시코 민중들은 보잘것없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바퀴벌레와 자신들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이 노래에는 멕시코 민중이 혁명 과정에 겪은 피맺힌 역사가 담겨 있다.
9
그런데 사이다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탄산음료 한 캔에는 보통 20~30그램의 설탕이 들어 있다. 각설탕 한 개가 3그램 정도이니 각설탕 10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각설탕 열 개를 넣어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사이다는 다들 잘 마신다. 아이들이 사이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설탕 때문이다.
10
그녀는 마라톤을 한 번으로 끝내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0년 3월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6시간 45분 만에 완주했다. 기록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그녀의 이식한 피부에서는 땀이 나지 않는다. 체온조절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녀는 수없이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어디서 그만둬야 할지 몰라서 계속 달렸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무도 그녀에게 달리라는 사람은 없었다. 계속 달리라고 격려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달렸다. 왜 그랬을까?
11
1940년부터 조선인들은 일본식 성씨와 이름을 써야만 했다. 이것을 창씨개명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의 수치였다. 창씨개명은 나쁜 짓이다. 그런데 이런 나쁜 짓을 일본만 생각해낸 게 아니다. 178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법은 유대인들에게 독일식 성을 갖도록 강제했다. 같은 법을 1808년 나폴레옹도 채택했고 19세기 후반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로 퍼져나갔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만 보면 그 사람의 혈통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슈타인(돌), 만(사람), 바움(나무), 베르크(언덕), 비츠(위트), 펠트(벌판)로 끝나는 이름은 대략 유대인이라고 보면 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피아노 연주자 호로비츠, 초현실주의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 같은 사람이다(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유대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언덕을 뜻하는 독일어 베르크Berg로 끝나는 이름을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영어식으로는 버그로 발음된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놀이 언덕),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사탕 언덕)가 대표적이다. 이들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루브 골드버그(금 언덕)가 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실용적인 루브 골드버그 장치가 일반인은 물론이고 과학자와 공학자의 인기를 끈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비합리적인 세상과 대적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골드버그 장치라는 유머를 채택한 것이다.
요즘 골드버그는 ‘아주 간단한 일을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하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쓰인다.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루브 골드버그를 동지로 여기면서 아직도 그를 따라하려 한다. 골드버그 장치는 복잡하고 비실용적이지만 그 장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과학을 증명하고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
실제로 뇌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마약을 거의 습관, 반사처럼 찾는 상태가 되면 중독됐다고 하는 것이다. 필로폰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를 보면 뉴런이 일반인보다 굵고 가지도 많다. 수용체가 적어졌기 때문에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도 뇌를 찍어보면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13
코카인 중독자의 활동성과 인터넷게임 과다 사용자의 활동성이 뇌의 같은 데서 일어났다. 게임이 마치 코카인을 먹은 것 같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코카인 중독자가 “마약 하지 마세요” 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지 않듯이, 보상을 찾기 위해 범죄라도 저질러 마약을 하듯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도 게임 하지 말란다고 안 하지 않는다. 이미 뇌의 신호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14
별의 밝기는 0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처럼 등급을 매긴다. 숫자가 작을수록 밝은 별이고 각 등급 사이의 밝기 차이는 약 2.5배다. 그러니까 0등성과 5등성은 밝기 차이가 대략 100배가 난다. 0등성과 1등성은 합해서 21개뿐이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북극성이 속한 2등성은 50개 정도다. 3등성도 150개뿐이다. 그러니 0~3등성은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 가운데 밝기가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극성이 2등성이라는 사실에 만족하자.
15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산모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산욕열産褥熱로 죽었다. 출산 직후부터 체온이 오르다가 열흘 안에 사망하는 병이다. 왕비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 에드워드 6세의 어머니와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가 그렇게 산욕열로 죽었다. 산모들을 산욕열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오랜 소망이었다.
1847년 부다페스트 출신의 독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가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제안을 했다. “아기를 받기 전에 손을 씻으라”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손을 씻으면 산모가 산욕열로 죽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몇몇 병원은 그의 말을 따랐다.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18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줄었다. 그렇다면 이 처방은 널리 퍼져나갔을까? 대부분의 의사는 따르지 않았다. “정원사가 손에 묻은 흙을 더럽다고 여기지 않듯이, 의사가 손에 묻은 피를 더럽다고 여길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의사들은 뭔가 묻어 있는 손을 근면의 상징으로 삼았다. 제멜바이스는 병원에서 쫓겨났고 산모들은 여전히 산욕열로 죽어나갔다.
이제 우리는 산욕열이 생기는 과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상처가 난 회음부에 의사 손에 묻어 있던 세균이 침입하여 감염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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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오줌을 누거나 설사를 하는 건 과학적으로 따져서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이다. “누가 설사를 했으니 그 수영장 물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소”라는 이용객에게 “과학적으로 따져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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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결국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세로토닌의 효과는 기껏해야 3년입니다. 두 분의 눈에 씌인 콩깍지가 곧 벗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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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칭찬-공격-칭찬’은 이후 과학자들의 대화법이 되었다. 정리는 상대방의 뜻을 오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칭찬은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요소가 있었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훌륭하니 같이 잘해보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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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지브란은 신전의 두 기둥처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신전의 두 기둥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 사이로는 자유로운 바람이 오고 갑니다. 기둥이 가까워지다 못해 하나로 포개진다면 신전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뜨겁게 사랑하되 두 사람 사이에는 바람이 통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각자에게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시기 바랍니다.
20
유럽인들은 춘분(3월 21일)을 봄의 시작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과학적이다. 최저기온, 최고기온, 평균기온을 모두 합한 값이 15도 이하인 마지막 날을 봄의 시작일로 정한다. 예를 들어, 최저기온은 0도, 최고기온이 10도면 평균기온이 5도다. 0+10+5=15이다. 이런 기온의 마지막 날이 봄의 시작일이다. 1974~2003년 30년 동안 평균을 내면 우리나라 봄은 3월 14일에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생일이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기일에 봄이 시작한다니 좀 멋지지 않은가?
21
似而非(사이비) 역시 윤리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재밌는 한자이다.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뜻이다. 이 한자어가 재밌는 건 그 뒤에 공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군자君子를 뽑았다. 반면 향원鄕原 같은 무리는 ‘덕의 적’이라며 멀리했다. 향원은 자기 기준 없이 강한 쪽의 편만 들고 겉으로만 현명한 척, 솔직한 척하며 인기를 얻으려 해 세상의 덕을 어지럽히므로 “惡似而非者(오사이비자,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싫어한다)”라고 한 것이다.
22
카페인은 뇌로 가는 혈관을 수축시켜서 혈류량을 줄인다. 따라서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다가 어느 날 그만두면 머리로 가는 혈류량이 늘어나서 두통이 생긴다. 또 카페인은 신경 전달 물질인 아데노신의 효과를 방해한다. 아데노신은 각성을 억제하고 잠이 잘 오게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 효과 때문에 우리는 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또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커피를 피하기도 한다.
23
달력의 요일이 매년 바뀌는 까닭은 지구의 공전주기가 7의 배수로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길이가 31일과 30일로 들쭉날쭉한 까닭은 태양과 지구가 인간의 형편을 봐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360일에 한 바퀴 돌면 매달 30일로 일정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지구는 365.2422일에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한다.
뜬금없이 2월의 날짜가 제일 적은 이유는 지금의 3월March이 원래 새해의 시작 달이고 2월February이 열두 번째 달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마지막 두 달이었던 January와 February가 처음 두 달이 되면서 March부터 December는 두 달씩 뒤로 밀려났다. 지금의 10월인 October는 원래는 여덟 번째 달이었다. 영어로 octopus인 문어의 다리가 8개인 것을 생각하면 October가 원래 여덟 번째 달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원래 로마의 한 해는 지금의 3월March에서 시작해 2월February에 끝났다. 그런데 새해에 집정관으로 취임하기로 되어 있던 카이사르가 빨리 취임하고 싶은 욕심에 March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당시 11월이던 January를 1월로 정해버렸다. 그래서 엉뚱하게 옥토버는 10월로 그리고 디셈버는 12월로 밀린 것이다.
권력을 잡은 자는 시간도 지배한다. 율리우스는 달력 개혁을 기념해 자신의 생일 달인 7월에 자신의 이름 율리우스(영어의 July)를 붙였다. 율리우스의 후계자인 아우구스투스도 권좌에 오르자 자신의 생일 달인 여덟 번째 달에 자신의 이름(영어의 August)을 올렸다. 그런데 여덟 번째 달은 작은 달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불쾌했다. 그래서 원래 29일이던 2월에서 하루를 가져와 8월을 31일로 늘렸다. 덕분에 7, 8월은 연달아 큰 달이 되고 2월은 28일이 되었다.
24
열흘을 지우면서 윤년 규칙을 정교하게 바꾸었다. 새 규칙에 따르면 옛날과 마찬가지로 4로 나눌 수 있는 해는 윤년이지만 100으로 나눌 수 있는 해는 윤년이 아니고, 또 400으로 나눌 수 있는 해는 다시 윤년이다.
25
러시아는 1919년에야 새로운 달력을 도입했다. 이때는 달력의 오차가 13일로 벌어진 다음이었다. 그래서 러시아 10월 혁명 기념식은 11월에 열리고 러시아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 7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력 1895년 11월 16일의 다음 날이 1896년 1월 1월이다. 그레고리우스 달력인 양력을 채택한 것이다.
율리우스는 달력을 개혁했다. 하지만 11분 14초라는 정말 짧은 시간을 무시한 결과 개혁은 다시 개혁되어야 했다.
26
증기 기관과 기차는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다. 인간이나 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힘을 만들었다. 증기기관은 힘만 만든 게 아니다. 전 세계인의 시간을 통일했다. 굉장하지 않은가?
27
여름의 폭염 일수를 계산하는 법이 있다. 전국의 45개 지점을 미리 정해놓고 지점 모두에서 그날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었을 때만 폭염일로 기록한다. 그러니 폭염일로 기록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폭염일은 평균 8.2일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더운 여름도 열흘만 견디면 됐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의 폭염일은 평균 15.5일이었다. 30년 사이에 두 배로 길어진 셈이다(지난 2018년은 무려 32일이나 되었다).
28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기보다는 새는 그냥 공룡인 것이다. 공룡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고 맛있는 안주가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 사람은 매년 평균 20마리의 공룡을 먹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공룡 요리는 치맥 또는 삼계탕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