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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런 Jul 31. 2024

제주 사람들은 과연 텃세를 부리던가

제주살이 5개월 차로서 느끼는 만족도는?? 

제주에 와서 첫 달, 어딜 가든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휴양지나 해외에 온 듯 자유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사 온 지 다섯 달째인데 벌써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평소에는 거의 운동복 차림에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데, 지인들에게 '네가 초록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걸 봤다', '빵을 먹으며 걸어가는 걸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자주 가는 베릿내오름에서도, 새벽에 러닝을 할 때도, 그리고 슬릭부스트를 하러 가도 이제는 아는 사람, 인사하는 사람이 꽤나 생겼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옷차림이나, 행동거지에 신경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나는 욕을 한다거나 공공질서를 안 지키거나 하진 않는데 그래도 이렇게 너를 어디에서 봤다 또는 차를 세워서 인사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일이 잦아지니 아무래도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알아봐 주고 인사해 주고 안부를 묻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장점이 있다. 


내성적인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단기간에 내적인싸(?)가 되었냐면 (인싸라는 단어는 내 입장에서 느끼는 정도일 뿐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동네의 교회에 등록해서 다니고, 러닝 크루에 들어가서 달리고, 또 그룹운동을 했더니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뿐더러 이 지역의 많은 소식과 정보를 알게 되기도 한다. 소소하게는 동네 맛집도 알게 되고, 새로운 러닝코스도, 언제 어느 지역에 축제가 있다, 여름에 물놀이는 어디 어디가 좋다든지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또 타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서울에서 자녀교육 때문에 일부러 귀농하러 제주도에 왔는데 지금은 자녀 세명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분의 스토리, 40대에 암이 생겼다가 5년 만에 완치된 분, 최근에 이혼해서 제주도에 삼 개월 정도 휴가차 다니러 온 분, 일년살이 왔다가 이년 살게 된 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유도 다양하고 살아온 상황도 다양해서 그 이야기들이 재미도 있고 교훈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로 시작했다가 늘 물음표로 끝나지만. 






사실 제주에 오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텃새가 좀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일단 지금까지는 100중에 1도 텃새의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친절하다, 정이 많다, 순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외지 사람인 걸 알면서도, 1년 후면 떠날 사람인 걸 알면서도 그들은 환대를 해주고 정을 준다. 제주시 쪽은 도시의 느낌이 커서 안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귀포 중문 지역은 그래도 정겹고, 친절한 것 같다. 

몇 명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예전엔 텃새가 많이 있었다고는 하더라. 10년, 15년 전까지는 가게 앞에 일부러 주차해 놓고 장사를 막기도 하는 등의 동네 주민들의 횡포를 겼었다는 지인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쪽도 외부인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예전처럼 그렇진 않다고 한다. 


또 다른 선입견 중에 물가가 비싸다는 것도 있는데, 그 부분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마트의 물가는 과일류는 비싼 느낌이고 나머지는 육지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은데, 식당들은 아무래도 관광지이다 보니 경기도에서 살던 동네보다는 비싼 편이라 만원 이하의 백반을 찾기가 어렵다. 보통 고등어구이, 찌개, 돌솥밥 종류로 1인 만오천 원 선으로, 흑돼지를 먹으려면 근 단위로 오만 원 이상, 통갈치는 십만 원 정도 예상해야 해서, 4인 가족이 외식을 하자면 아무리 싸도 5-6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에 내려올 때부터의 한 가지 부담이 있었는데, 일도 거의 안 하고 러닝하고 놀고먹고 쉬어서 참 좋은데 집에서 '삼시 세 끼' 예능을 찍는 수준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해 먹기는 버거우니 외식을 하긴 하는데 5개월 차인 요즘의 꿀팁으로는, 가끔은 아이들은 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집에서 해주고, 나랑 남편은 애들이 안 먹는 해장국이나, 해산물이라던지 그런 종류를 먹으러 둘만 다녀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다 먹고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자기 시간을 갖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다. 


제주생활의 장점이자 단점으로는 손님이 자주 온다는 것.

손님을 두어 번 맞이하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살이가 나와 우리 가족의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알고 있는 지인들의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한 것 같다 하는 생각. 그래서 친구나, 부모님 등 지인들이 놀러 와서 숙소가 필요하면 방을 내어주기도 하고, 푹 쉴 수 있도록,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고 그들의 편의에 맞추어 주고 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한 한 가지가 있는데, 우리를 이 동네로 이사 오게 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2월에 우리가 머물렀던 지인의 아파트 숙소이다. 바로 우리 집 옆이고 오만 원에 빌릴 수 있어서, 비어있기만 하다면 마치 우리 집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여유인 듯 빌려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무분별하게 소문나서 아무나 빌려주긴 어렵지만, 오셨던 친한 지인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 깨끗하고 넓고 좋은 방 3개, 화장실 2개의 컨디션도 너무 좋은 아파트 숙소가 옆에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제주생활의 만족도는? 

남편은 그랬다. 제주에 내려올 때 가지고 있던 기대하는 바가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기대한 이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고, 100% 이상이라는 것이다. 나는? 러닝을 좋아하는 나는 무조건 100% 이상 만족한다. 일도 주 3회 오후만 하고, 오전 내내 쉬면서 러닝 하고, 산에 가고, 카페 가고, 어느 날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제주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상처받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나와 남편의 성격에는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제주에서 눌러살 수 있을까 하고 매주 로또를 사는 남편과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 특별한 대안이 없고, 로또도 안돼서 그저 흘러가는 대화중 하나로 지나가는 정도이지만, 정말 제주에서 먹고 살 능력만 있다면 계속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오늘까지의 마음이다. 


나중에 다시 다루긴 하겠지만, 러너로서 제주생활의 큰 장점이 있는데 

달릴 곳이 천지 삐까리라는 것, 바닷가 해안도로, 동네 로드런, 산, 숲도 달리고, 여름에는 러닝 후 바다나 계곡, 용천수로 아이싱!! 난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제주생활의 만족도가 최상이다. 게다가 트랙이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트랙도 여기 갈까 저기 갈까 고민하며 갈 수 있는 정도라 러너로서는 제주의 삶이 너무너무 좋다. 그래서 같이 달리고 싶고, 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Shall we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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