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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29. 2022

건강한 삶, 그 속에 잠이 있다.

작년, 올해 이어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잠이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성격적으로 예민해지며, 신체적으로는 온종일 피곤하며, 눈의 초점을 잃어버리며, 하품을 지속해 집중력도 떨어지고, 생활의 활력도 잃어버린다.       

   

잠을 결국 자지 못해 하루하루 힘겨워하던 난 병원에 가 상담받고 불면증 약을 처방받아먹었다. 잠을 자니 살 것 같았다. 나의 경우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불면증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일을 시작하니 잠을 잘 잔다. 그전에 나는 불면증을 앓았던 적이 없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머리를 대면 잠을 자기 시작했고, 지하철에서도 의자에 앉아 머리를 뒤로 젖히면 바로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아랑곳하지 않고.

     

그러나 지난 십 년 이상의 경제적인 걱정이 계속되니 불안이 내 안에 항상 자리 잡았다. 최근 4년간은 거의 밤낮없이 일해도 한달살이로 살다 보니 심리적 불안함이 나를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앞날의 희망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 간혹 소셜미디어를 보면 다 잘살고 있는 나의 옛 동료들의 소식들이 더욱 나를 작게, 그리고 움츠리게 했었다. 결코 그들이 내가 될 수 없는데도 나는 그들과 나를 비교하였다. 그래서 최대한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소식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고, 월급은 적더라도 꼬박꼬박 매달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 그런지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 못 벌면 못 버는 데로 그 안에 맞춰서 사는 성격인 탓인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마흔이 넘는 나이다. 사기업은 생년월일을 적어 낸다. 그러나 연락해 오지 않았다. 그 외에는 생년월일 중 연도를 적지 않는 곳을 낸 후 면접을 걸쳐 채용되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백 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나이를 감안하고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시대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바 일하는 시대가 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채용절차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간 인터넷 쇼핑몰을 하면서 제품을 파는 사업하고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조직에 있을 때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했었으나 나 스스로 할 때는 너무 신중하고, 돈을 먼저 생각하고, 빚을 지지 않는 선에서 하려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안정을 주는 듯하다.      


엊그제 자다가 깨 다시 잠들지 못해 결국 수면제를 먹고 잤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 일하고 돌아오니 완전히 지치고 피곤했다. 어제저녁 8시도 안 돼 뻗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무려 9시간을 잤다. 잠을 푹 자는 것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기본 조건이라는 생각을 하는 몇 년이다. 


9시간은 엊그제 자지 못했던 잠을 포함해 잤던 것이다.

건강한 삶, 그 속에 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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