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있는 회사라서,
출근길이 행복했던 나날.
잔잔했던 마음에 어느 날,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다.
냉하고 차가운 말투.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적.
나는 그날, 마음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 마음을 후벼 파는 방식으로 말을 할까.
그 말 한마디에, 나의 하루가 무너졌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번아웃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찾아온 건.
누가 봐도 나는 일을 잘하고 있었다.
늘 제시간에 맞춰 일을 처리했고, 실수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샤론 씨가 있어서 든든해요."
그런 말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칭찬을 들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게 진심일까?’
‘지금은 괜찮지만, 다음엔 또 실망하지 않을까?’
칭찬조차도 경계하게 됐다.
이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작은 실수에도
괜히 혼자 자책하고,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을 못해서 혼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꾸 움츠러드는 걸까.
늘 잘해야만 할 것 같았고,
늘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애썼다.
그럴수록 더 지쳐갔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생겼다.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계약직으로서의 불안감보다,
몇몇 사람의 차가움보다 더 힘들었던 건,
바로 눈치를 잘 보는 나 자신이었다.
누가 뭘 원하는지,
지금 분위기가 어떤지,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시간들이 점점 피곤해졌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괜히 그날의 대화를 다시 곱씹고,
‘내가 뭔가 실수했나?’
‘혹시 내가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렇게 회사에서는 무던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다가도
집에만 오면,
말 한마디 하지 못할 만큼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유 없이 불안했고,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계속 확인받고 싶었고,
누가 나를 싫어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발전하는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누군가의 말이나 시선에 흔들리는 대신,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 무기는 매일 출근 전의 영어 공부로 시작됐다.
회사에 가장 먼저 도착해
조용한 시간에 나를 채우는 일.
작은 성취감이 쌓일수록, 마음도 단단해졌다.
퇴근 후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읽었고,
주말이면 자격증 공부를 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질문 대신
‘오늘은 어떤 걸 새롭게 알았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되기 위해,
조용하지만 꾸준히 내 무기를 닦아 나갔다.
지금도 여전히,
확실한 것 하나 없는 불안한 삶 가운데 살고 있다.
언제까지 계약직일지,
이 일이 내 마지막 커리어일 수 있을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믿는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나는 이 불안을, 스스로 만들어 낸 나만의 힘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내가 쌓아온 작은 루틴,
매일의 공부,
멈추지 않는 성장에 대한 갈망은
불안 속에서도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무기다.
그리고 그 무기를 쥐고 있는 한,
나는 계속 걸어갈 수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흔들리더라도,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