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을

당신에게는 이미 연인이

당신에게는 이미 연인이 있지요?
제가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보석으로 장식해라.
어지럽도록 무수히 많은 시선이 다가오고 진실한 사랑도 다가오리라.

어떤 모습으로 죠?

; 그는 흰 말에 오른 이 가 아니며 흰 말을 매어두는 이도 아니다.
그저 흰 말을 이끌어 주는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마부라는 착각이 들면 어떡하죠?
그가 그런 뒤에 곧장 가버리면 어쩌죠?

; 걱정하지 마라. 흰건반은 흰건반과 같고 검은건반은 검은건반과 같다.



*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을 읽다가 시 짓기를 했다.
마치 예언을 받아 적기라도 하듯 매끄럽게 써 내려갔다.
글 속에서 흰 말에 오른 이 나 흰 말을 매어두는 이나, 흰 말을 이끌어 주는 이...
이들은 모두 흰건반, 말의 주인으로 동등하다.
다만 흰 말을 이끌어주는 이는 헌신과 사랑, 겸손을 보여준다.

꿈을 꾸었다.
오른손에는 자수정 반지 세 개를 끼고 왼손에는 옥반지 한 개를 쥐고 있었다.
한데 꿈의 효력이 나타나지 않은지 오래다.

나는 스완씨를 거리에서 스치면 못 알아볼 것만 같다.
워낙 기억할 만한 특징이 없고 조화로운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스완씨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다 거짓말이면 좋겠다.
스완씨에게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