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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y 23. 2024

D-87, 오늘도 꼼지락 꼬물꼬물

D-87

오늘도 꼼지락 꼬물꼬물


엄마 뱃속에서 수시로 꼼지락꼼지락.

그리고 꼬물꼬물.


엄마맘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 살짝 부럽긴 하다.

손을 대도 못 느끼는 아이의 움직임을 엄마의 모든 감각세포는 느낀다. 

덩치로 보면 내가 아이를 가져야 하는 체격이라며 아내는 덩치가 큰 내가 부럽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면 아내는 내 덩치만 봐도 잘 낳을 거라고 한다. 

아이가 뱃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만 한 아빠는 

오늘도 엄마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2024년 5월의 어느 날: 엎드려서 낮잠을 즐기는 딸]


지금 글을 쓰는 중에도 아이는 발가락을 꼬물꼬물 거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느낄 수 없다는 아내의 말에 소외감을 느끼곤 하지만 아내에게 그때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물어본다.


머리는 어디에 있어? 손은? 다리는?


지금은 뭐 하고 있으려나? 


점점 딸 바보가 되어가는 아빠는 했던 질문도 몇 번이나 계속 되풀이한다. 

벌써부터 집착이냐며 아내는 어이없어한다.


기쁨아 잘 있지?


어 잘 있대. 냅둬.


우리 딸은 아내를 안팎으로 닮을 것 같다. 아니, 닮았다.

아내를 그대로 찍어낸 듯한 아이라니!

우리 셋은 팀명이 필요하겠다. 무엇이 좋으려나.


우리 딸, 태어나면 아빠 손 잡아줄 거지?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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