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 먹는 하마, 문구류

그럼에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들

by 통역하는 캡틴J


직장인이 일을 할 때는 당연히 문구류가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서브원, 오피스디포, 나라장터 등... 각 회사와 계약을 맺은 해당 사이트에서 주문을 넣지 않는가. 통역사도 문구류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들이 쓰는 문구류는 조금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초보 인하우스 통역사 시절 서브원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가며 통역 노트를 찾던 순수한 내 모습이 기억난다. 사실 이 통역 노트는 서브원 사이트 같은 곳에는 없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통역하며 너무나 잘 사용했던 문구류와 약간의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통역) 노트


통역 노트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유선 노트, 무선 노트, 모눈 노트도 아닌 통역 노트는 바로 세로로 딱 한 줄이 그어진 2단 세로형 노트이다. 실시간으로 (또는 속수무책으로) 인입되는 단어들의 향연 속에서 이를 빠르게 기호로 전환하고 바로바로 노트에 적어야 한다. 통역 노트는 이런 프로세싱을 하기 위한 최적의 노트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위의 프로세싱을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떠한 노트도 통역 노트라고 불릴 수는 있다.


통대에 들어가면 오랜 시간을 거쳐 현재 통역 노트라고 불리게 된 것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데 바로 아래의 노트이다. (오죽하면 이런 노트만 파는 사이트도 따로 있을 정도다.)

이 노트를 사용할 때는 왼쪽 위에서 아래로, 그다음 오른쪽 컬럼 위에서 아래 순으로 노트를 빠르게, 어쨌든 빠르게 적어나가는 게 핵심이다.


순차 통역을 할 때는 이런 형식의 노트가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반면 동시 통역을 할 때는 이런 형태의 노트가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동시 통역에서는 인풋을 들은 순서대로 적을 필요가 없고 들어 나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단기로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 노트나 쓰긴 하는데, 여기에 대략 2x2cm 정도의 가상의 네모칸을 그려서 한 번에 하나씩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통역할 때는 무조건 노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 노트 값이 만만치 않다. 돈 먹는 하마다. 그럼에도 순차 통역을 위해서 아래 사이트(일절 받은 것 없음)에서 투자의 개념으로 몇 권 구비해 놓고 쓰는 것이 좋겠고, 동시 통역일 경우 다이소 같은 곳에서 아무 노트나 사도 좋을 것 같다. 볼펜이든 노트든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매한 툴을 사용할 때 그 업무에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들이게 되더라.

https://www.interpres.co.kr/


2. 볼펜


노트와 쌍벽을 이루는 볼펜. 지금까지 정착한 볼펜이 세 가지 있어서 소개하고 싶다.

1) 유니 제트스트림 단색펜 0.7mm

필기감이 부드럽고 볼펜똥(?)도 거의 없는 편이다. 고무 그립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고 현재까지 오래 써온바로는 내구성도 괜찮은 편인 거 같다. 또 리필심을 보면 잉크의 양이 굉장해서 한번 갈아 끼우면 정말 오래 쓴다. 예전 기억으로 다이소가 가장 저렴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거의 3년 전에 구매한 볼펜에 리필심만 갈아 끼워서 지금까지 쓰고 있기 때문이다. 리필심은 SXR-7 흑색을 늘 구매한다.


2) 동아 스피디볼 유성펜 0.7mm

위의 제트스트림보다 필기감이 약간 더 부드럽다. 볼펜똥은 약간 더 많은 수준이다. 솔직히 제트스트림에 비하면 볼펜 본품 자체가 거의 반값이라서 리필심을 사서 끼우지는 않았고, 여러 개 구비해서 쓰긴 하는데 앞으로는 환경을 생각해서 리필을 구매하는 것이 그래도 좋아 보인다.


3) (나의 최애) 제트스트림 3색 펜 0.7mm

제트스트림 3색 펜은 여기 나열한 펜 중에서 가장 비싼 펜인데, 그럼에도 나의 최애인 이유가 있다. 우선 3색 펜이라는 점이다. 보통 현장에서 회의 통역 들어갈 때 노트를 다쓸 경우를 대비해 두 권 이상은 챙겨가고 볼펜도 두세 자루는 챙겨간다. 어떤 일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갑자기 늘 잘 나오던 펜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져 정말로 회의 한 번에 노트 한 권을 다 쓸 때가 발생했던 적이 있다. 종이야 누구에게든 빌린다고 해도 펜은 뻑뻑하거나 잘 안 나오는 펜을 빌리게 되면 될 일도 안되기 때문에 볼펜도 무시할 수 없는 툴이라고 생각했다.


챙기는 볼펜의 개수를 줄이고자 고민하다가 볼펜삼색펜의 삼 "색"을 하나의 색으로 통일해 버릴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통역할 때 볼펜의 한 색을 다 써도 다른 색으로 쓰면 되니 더 이상 볼펜을 두세 자루 들고 다닐 일은 없어지긴 했다. 그 뒤부터는 SXR-80-07 리필을 쌓아두고 삼색 볼펜이지만 사실은 일색 볼펜의 심을 교체하며 사용하고 있다.


3. 포스트잇


볼펜과 노트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것은 바로 포스트잇이다. 포스트잇은 특별한 종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없으면 불편한 정도이다. 아무래도 모든 회의의 어젠다가 다 다르고 그때그때 애드혹으로 준비해야 할 글로서리를 정리하려면 포스트잇만큼 유용한 툴은 없다. 큰 것은 큰 것대로 좋고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좋은 것. 글로서리 정리할 용도로 포스트잇은 항상 책상에 있어야 한다. (접착력을 위해 자매품인 스카치테이프도 추천한다)




일할 때 대충 아무거나 써도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구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나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본래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그 밖의 모든 것은 거슬리게 하지 않게 해야 그 일에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지점이 누군가에게는 공감 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keyword
이전 05화말 안 하면 낫는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