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느끼는 생명

태동, 작은 기적과의 첫 만남

by 공부방 나그네

아가야,


오늘은 아빠가 너에게 아주 특별하고 신비로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바로, 네가 처음으로 엄마 뱃속에서 조심스레 움직여준 그날의 기억이야. 그날의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완전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경이로웠단다.


예정일까지 약 140일 정도를 남겼을 무렵, 나른 한 밤이었어. 엄마와 아빠는 밥을 먹고 나서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느긋한 저녁 여유를 즐기고 있었지. 20주차를 넘길 무렵까지, 우리에게 너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마미톡'이라는 앱을 통해서였어. 마미톡의 '둥둥이' 캐릭터를 마치 너라고 생각하고 여기며, 매일 밤 너와 함께하는 행복한 상상에 빠졌었지. 너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둥둥이'가 하는 말들이 마치 너가 우리에게 하는 말인 듯 마냥 좋았어. 너무 따뜻했 무렵, 갓 넘었을 때 너를 아직 느낄 수 없던 우리에게 마미톡이라는 앱은 작은 위안이었지.


"엄마의 심장 소리는 자장가에요"


"엄마, 빨리 보고 싶어요. 엄마도 제가 보고 싶죠?"


이런 둥둥이의 따뜻한 멘트들이 마치 너의 목소리처럼 느껴져서, 우리는 그 앱을 자주 열어보곤 했지.

마미톡 어플에는 임신 주차마다 임산부 또는 아기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알려주는데, '태동'이 있었어. 물론 우리는 겪어본 적이 없으니 그 말을 반신반의했단다.


예전에 네 외할머니에게 태동을 여쭤봤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휴~ 어찌나 활기차던지, 그냥 한 쪽 옆구리에 발이 쑥하고 나온다니까!”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한 장면이 연상되었어. 뱃속에서 외계생명체(?)가 요동치는 장면 말이야. 우리는 엄마의 배에서 그런 움직임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은 네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말이야, 아빠는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너의 작은 신호가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단다. 아무 생각없이 엄마의 배를 쓰다듬으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였어. 정말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떨림. 너무 작아서 잘못 본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였지. 아빠는 바쁘게 엄마의 팔을 치면서 얘기했어.


“자기야, 방금… 뭔가 떨린 것 같지 않았어요?”


“응?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말로 엄마 배 위에 잔잔한 물결처럼 미세한 파동이 번졌어. 마치 조용한 호수 위로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퍼져나가는 것처럼.


“우와!! 움직였다!! 움직였다!!” "우와!!!"


아빠랑 엄마는 감격에 겨워 서로를 꼭 껴안고 소리쳤어. 그러면서 금새 뱃속의 너가 놀랄까봐 다급히 진정하며 배에다 대고 사과를 하기도 했지.


그 조용하고도 확실한 움직임은 너였단다. 우리가 처음으로 확인한 너의 태동. 그건 단순한 떨림이 아니라, 생명이 보내온 첫 번째 인사였어. 그 순간의 벅찬 감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온몸을 전류처럼 스치고, 가슴은 쿵쾅거렸으며 아빠와 엄마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지.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옅은 미소만을 지었단다. 너는, 우리의 작은 기적이었어.


그날 이후로 아빠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있는 엄마 옆으로 다가가 바보처럼 엄마 배만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단다.


너의 움직임이 규칙적이면 혹시 딸꾹질을 하는 건 아닐까, 강하게 움직일 땐 기지개를 켜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며 엄마랑 아빠는 매일같이 너와 교감했어. 엄마의 배가 점점 커지면서, 너의 태동도 점점 더 분명하고 활발해졌어. 어느 날은 작은 발이 엄마 배를 콕 하고 밀어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부드럽게 물결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 엄마랑 아빠는 번갈아 가며 너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단다. 아빠는 너의 발이 아빠 얼굴을 톡 치기를 바라며 괜히 엄마 배에 뺨을 대며 너를 부르기도 했어. 하하.


너의 움직임은 마치 우리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신호 같았단다.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혹은 손끝으로 톡톡 두드릴 때마다, 너는 꼭 반응을 보여주곤 했지. 그 작은 교감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느끼며 감격했어.


아가야,
네가 처음으로 보여준 그 조심스러운 발걸음, 그건 아빠 인생에서 절대로 잊지 못할 순간이야.
그 작은 떨림이, 아빠와 엄마에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적이었단다.


어서 세상에 나오렴, 아빠에게 너의 더 크고 따뜻한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랄게.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서
네가 보내는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변함없이 널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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