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수영장, 깨끗한가요?

by 고미젤리 Mar 19. 2025

월요일 아침부터 사우나실이 북적댔다. 온탕에 들어가 숫자를 세보니 21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다. 다들 하는 말은 똑같았다. 오늘 수영장 물이 아주 더럽다는 것이었다. 주말 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서둘러 수영을 마치고 오는 사람들 왈 물이 뿌예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당연히 나도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운동을 아예 안 하고 가는 건 아쉬웠다. 일단 들어가서 좀 살펴보기로 했다.

수영장은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나는 8시에 수영을 한다. 그러니 이미 6시, 7시 두 클래스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후가 되는 것이다. 7개의 레인 수영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6시부터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선생님은 무슨 죄인지, 그나마 많이 좋아진 거라고 선생님은 자조적인 미소를 보냈다.

위에서 보기엔 별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으니, 뭔가 둥둥 떠다니는 것도 같고, 물이 탁해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기분 때문인지 눈도 좀 따끔거라고 말이다.

머 어쨌든 이미 몸도 담갔으니 어쩌랴! 나는 오늘도 수영을 했다!

평소보다 반도 안 온 수강생들과 함께였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얼굴이라도 되도록 담그지 않게 하겠다면서 배영을 집중해서 시켰다. 하지만 모두들 물이 더럽고 말고는 이내 다 잊어버렸다.

하지만 평소처럼 강습이 끝나고도 몇 바퀴 더 돌진 못했다. 아쉽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칼같이 수영을 끝내기로 했다.

역시나 사우나에는 9 시반 아주머니들이 바글바글했다. 사우나가 떠나갈 듯 와글와글 소리를 들어보니,

“수영장 물에 대한 컴플레인을 이미 접수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물을 관리하다니 제정신이냐,

이러다 다 같이 노로 바이러스에 눈병까지 걸리면 어쩔 거냐,

주말에 여과기를 작동 안 해놔서 이런 꼴이 났다더라.”

의견이 분분했다.

수영 선생님 여기 수영장 물을 다 빼고 갈려면 몇 천만 원은 든다고 했다. 십여 년 전 홍수로 우면산이 무너졌을 때, 그때 수영장까지 흙탕물이 들어차 어쩔 수 없이 다 뺀 적이 있을 뿐, 전체를 다 빼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국 어느 수영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과를 계속 돌려서 물을 정수시키는 거나, 새 물을 몇 퍼센트 넣거나 하는 거지 아예 새로운 물을 다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오늘의 이 더러운 물, 걸러서 다시 써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