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서로를 막아야 움직일까?

비둘기 가족의 두번쩨 질문

도심의 아침 공기는 늘 분주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하철 입구 위로, 비둘기 가족이 원을 그리며 날아갔다.


“저 아래가 인간들의 ‘출근 전쟁터’인가 보군.”
중세 철학 비둘기 아퀴비둘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소피오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전쟁터라기보단… 마음이 바쁜 곳이지. 인간들은 새벽부터 시간과 싸우니까.”

그때, 막내 누리가 갑자기 날개를 퍼덕였다.


“어! 저기 봐요!”

지하철 출구 앞에서 사람들이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계단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버스 쪽도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이어 스피커가 울렸다.


“장애인 단체 집회로 혜화역은 무정차 통과합니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이 서지 않자, 직장인들의 표정은 금세 초조해졌다.

“제발… 제발 좀 지나가게 해주세요! 오늘 지각하면 정말 끝이라고요!”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울먹였다.

가방은 막 떨어질 듯 흔들리고, 넥타이는 한쪽이 삐뚤어져 있었다.


두리는 걱정스럽게 그 위를 빙글 날아다녔다.

비둘기에게 인간의 마음은 들리지 않지만,
이 남자의 마음은 마치 그림처럼 또렷했다.


“나 계약직이야… 오늘 지각하면 정규직 못 되는 거라고.
부모님께도 말 못 했는데… 제발, 제발!”


발끝이 덜덜 떨리던 그 남자는 결국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뛰기 시작했다.

와이셔츠는 등에 붙어버렸고, 넥타이는 바람에 펄럭이며 거의 ‘몸에서 도망’가는 듯 보였다.
막내 비둘기 누리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저 넥타이가 먼저 회사 도착하겠어요!”

그러나 엄마 비둘기 달빛은 고개를 저었다.
“웃기긴 하지만, 마음은 웃기지 않아. 저 사람도 많이 힘들겠지.”


한편, 지하철 입구 쪽에서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외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길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를 고쳐달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퀴비둘은 조용히 말했다.


“저 사람들도 약하구나… 약한 사람들이 서로의 길을 막는 건, 참 슬프다.”

근대 철학 비둘기 새벽이 한숨을 쉬었다.


“정책을 바꿀 힘은 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 같은데…
왜 약한 사람들끼리만 충돌하게 될까?”

누리가 말했다.


“정치인들은 또 이상한 말 하겠지.
‘장애인 단체가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
‘시민이 협조하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에게 떠넘기고 끝날지도 몰라.”


그때,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저기요! 회사까지 어떻게 가세요? 저도 오늘 지각하면 바로 짐 싸요!”

정장 남자가 말했다.


“저도요! 같이 뛰어요! 오늘은 동료네요!”

두 사람은 서로의 가방끈에 걸릴 듯이 달려갔다.

아퀴비둘은 웃으며 말했다.


“약자가 약자를 막기도 하지만… 또 약자가 약자를 도와주기도 하는구나.”

소피오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고대 철학에서는 ‘모두가 제자리를 찾을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고 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며 앞으로 가려 하는 것 같구나.”

누리가 물었다.


“그럼… 오늘 우리가 던질 질문은 뭔가요?”

소피오스가 천천히 답했다.


“왜 인간들은 서로를 넘어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믿을까?”


비둘기 가족은 다시 날갯짓을 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여전히 국회의사당.

답을 듣는 대신 더 깊은 질문을 찾았다.

그리고 서울 하늘 위에 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서로 막아야 앞으로 움직이는 사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비둘기들은 다시 푸른 공기 속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면서 하늘에 질문이 구름을 통해 나타났다.


"왜 서로를 막아야 움직일까?"


https://brunch.co.kr/@shinbi96/184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