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디 Oct 03. 2020

기준에 관하여

우리는 각자의 삶의 기준을 세우고 다만 개미처럼 나아갈 뿐이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씩 생겨난다. 가령 작은 것들에는 새로 살 식탁 고르기, 올해 추석 때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얼마로 할 지 정하기와 근사한데서 밥 한번 먹으려는데 어느 날로 예약해야 비가 안오고 쾌청해서 음식과 함께 한껏 꾸민 아내를 예쁘게 촬영하기 좋을지 등. 이보다 큰 결정은 인생의 향방을 가를 만한 것들이다. 다른 회사에서 좋은 오퍼를 받았는데 지금 회사의 워라벨을 포기하고 옮겨갈지라던가, 또는 아이를 가질지 말지 라던가.


이전까지의 결정들은 대체로 작은 결정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또는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처리하면 될 것들이었다. 비오는 날 호텔 레스토랑에 간다면 사진은 예쁘게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봤자 그 날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뿐이니까.


그런데 인생의 큰 결정들은 기분 좋다/나쁘다 정도로 끝나지 않고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만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직하지 않고 지금 자리에 남는다면 아마 55살까지는 별 탈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량이 많기로 유명한 새 회사로 간다면 여가생활도 없어질 것이고 연말평가에 따라 소득도 들쑥날쑥해질 것 같다. 최악의 경우에는 오래 다니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고싶어질 지도 모른다. 스스로 나오지 않더라도 평균 나이대가 낮은 업계의 특성 상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삶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어영부영하게 기한까지 미루고 있다가 막판의 기분이나 주변 사람이 거드는 말에 한 쪽으로 쏠려서 해 버리면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내 삶의 큰 결정을 나의 우유부단함을 확인하는 에피소드가 되도록 하지 않으려면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먼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것에 (좋든, 싫든) 반응하는지, 내가 도달하고 싶은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의 지향점은 사회적 성공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6시에 땡 치면 퇴근해서 친구들과 롤 한 판 할 수 있는 하루가 이상향일지 모른다. 전자의 삶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인정이거나, 또는 빨리 많이 벌어서 안락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고, 후자는 일과 삶의 분리,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할 때의 몰입감과 재미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할 것이다.


일단 기준을 세웠다면, 그 기준이 모든 판단의 준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들이 모여 남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형성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개개인의 기준에는 우열이나 좋고 나쁨이 없다. 다만 땅에 떨어진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 우리도 각자가 믿는 것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그 앞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을지, 아니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나타날지는 모른 채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