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ly, i feel pretty good

영화 <아이필프리티>를 보고서

by DD

불을 끈 채 침대 스탠드 하나 켜고 룸 스프레이를 뿌리면 잘 준비 완료. 유튜브에서 텐션 적당한 브금 하나 틀고 인스타 깔작이기. 돋보기 눌러서 여행 사진에 좋아요, 클라이밍 동영상 좋아요, 햄스터가 해바라기씨 먹방하는 거 좋아요 좀 눌러 주다 보면 어느새 예쁘고 몸매 좋은 사람들의 사진이 나온다. 그렇게 멋쟁이 언니들 피드를 몇십 개를 보다 어느새 잠든다. 이런 것도 굿나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예쁘다'와 '나는 예쁘다고 생각한다'의 차이가 뭘까? 아무튼 영화 제목 <아이필프리티>는 아이엠프리티가 아니다.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은 주눅 들어 산다. 주인공이 바라는 건 한 하나 영화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역처럼(켄달 제너 닮음!!) 초미녀가 되는 것. 그러던 중 스피닝을 하다 넘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는데, 주인공은 거울에 비친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외모처럼 그녀의 삶도 달라진다. 자신감 넘치고, 도전적으로.

내가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이게 자존감일까?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이란 "나 정도면 괜찮지. "다. 난 자존감을 느끼는데는 여러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인관계, 경제력, 외모, 명예, 권력, 학력.... 그런데 아시다시피 사람들은 시각에 약하고 게다가 요새 잘 나가는 SNS가 사진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와 타인에 대한 외모 품평 그리고 비교를 하게 된다. (물론 내 경우 그렇다는 말)

그런데 그게 외모에 집착하게 되는 유일한 이유일까? 글쎄... 아까 말한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돌아가 보자. 사실 내가 앞에 열거한 것들 그러니까 외모를 제외하고 대인관계, 경제력, 명예, 권력, 학력 이런 것들은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성취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 외모는? 이건 상대적으로 쉬운 축에 속한다. 성형, 화장, 다이어트 그것도 안 되면 카메라 필터까지. 그래서 일련의 사진들을 경외심에 차서 보지만 한편으론 얄팍한 시기심에 '나도 뭐 필터랑 화장 좀 하면 저렇게 될 것 같은데?' 같은 지질한 생각을 합리화한다.

실상은 그렇다.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진 이면엔 내가 그들을 보듯 타인도 나를 그들처럼 봐줬으면 하는 생각. 그리고 그들이 정사각형에서 보여주는 자존감을 넘어선 자신감이라는 과육이 지나치게 부럽잖아. SNS 속 자신감과 자존감이라는 말이 웃프다가도 스마트폰이 출연한 이래 우리의 삶은 잠들기 전까진 언제나 온라인, 그러니까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대면 일상에서는 더욱 그렇고. 그러니까 내가 자신감을 높이는 지름길을 외모 향상이라 느끼는 게 오버가 아닌 이유다.


영화 <아이필프리티> 한 장면


아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자존감을 이루는 요소에....로 갈음한 게 있다. 정서적인 것. 나머지 요소가 별로여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면 다른 요소들에 덜 흔들린다. 삶을 온전히 향유하는덴 외모도 학력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리라. 뿌링클 시켜먹고, 물고기 밥 주고, 친구들이랑 맛집 찾아다니는데 그게 뭐가 대수랴. 그런 하루를 보내고 오늘 진짜 재미있었네, 이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라 느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프리티 굿.


인스타 사진도 얼추 다 봤고, 믹스테이프도 거의 다 들었다. 진짜 잘 타임. 세상의 수많은 선남선녀 여러분들 그리고 자신이 그렇다고 느끼는 분들 모두 모두 굿나잇. 여기 평타침 돈도니도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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