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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Sep 23. 2022

나만 빼고, 여름.



아주, 어릴 적부터였다.

나는,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득그득 들어찬 숨을 내뱉으며

꽤나 빠르게 달린다.

달리는 동안 잊는다.

내 앞으로 주어진 모든 이름표를 잊는다.

그 이름표의 무게가 무겁고 무서워

더 빨리 달음 친다.

바람을 얼굴로 만지는 일은,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

나는 바람을 조물조물 만지작거린다.

여름이 왔다.

소식도 없이 왔다.

내가 가진 두발 외에

유모차의 네 개의 발이 더해져

여섯 개의 발은 함부로 뛰지 못한다.

그렇게, 뛰지 못하는 사이에

나만 빼고, 여름이 왔다.

나만 빼고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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