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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Oct 30. 2020

28. 둘째는 집에서 낳아보자

가정 출산을 계획한 계기

둘째 임신을 확인하고 바로 다음 달에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 사태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2020년 8월)까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첫째를 낳았던 병원의 자연주의출산센터에서 출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병원과 조리원은 보호자 외 면회(특히 아이들 출입)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 둘째 출산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갔다. 나는 첫째 로건도 새로운 가족맞이에 최대한 참여하게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로건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느 날 모처럼 주중에 남편과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비건 식당에 찾아갔다. 세 명의 셰프가 돌아가면서 운영하는 작은 1인 카페였는데 그날의 담당 셰프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온 나까였다. 출산에 관한 우리 부부의 고민을 듣던 나까가 말했다.


“집에서 낳는 건 어때요? 저는 아이 둘 다 집에서 낳았어요.”


선택지에 없었던 옵션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네?! 집에서 낳았다고요? 그게 가능했어요? 누가 와 주셨어요?” 놀라서 물었다.


“oo조산원 원장님이 집으로 와서 아이 둘 다 받아 주셨어요. 너무 편안하게 잘 도와주셔서 아주 만족했어요. 둘째 낳을 때는 첫째도 함께 있었지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우리 부부는 '바로 이거야!' 하는 눈빛을 주고받았고 그 순간 둘째 출산 계획은 묻고 따질 필요도 없이 가정 출산으로 정해졌다. 말로만 듣던 가정 출산을 실제로 해 본 사람을 만나서 그 경험을 듣고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출산을 하면 로건을 떼어 놓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로건이도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서 새 가족을 맞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병원 출산에 이어 조리원까지 가면 로건과 10일 정도 떨어져 있다가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오게 될 건데, 내가 로건였어도 서운할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이제 비건이니 병원과 조리원에서 주는 밥마저 가려 먹을 작정이었다. 미역국에도 동물성 재료가 빠지지 않을 테니 식물성 옵션만 가려먹을 바에는 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산후관리사를 이용하면서 채식 메뉴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비용적으로도 훨씬 합리적 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건을 낳을 때 아무런 의료적 개입 없이 건강하게 순산 한 경험이 있었기에 남편도 출산 자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막달까지 나와 뱃속 아기가 건강하다면 집에서 출산하고 집에서 조리하는 것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마음 편한 길이라고 확신했다. 응급 상황의 경우에는 신속히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짜 놓고 준비해놨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내가 로건이 진통할 때처럼 소리를 지르며 포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로건이가 그 모습을 본다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임신 중 운동이 진통시간을 줄여주진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에 운동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매일 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의식적으로 호흡 연습을 하고 이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진통 중에는 얼마나 몸을 이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계획하고 준비해도 출산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 놓고 계획대로 되기를 기대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맞이해야겠다. 응급상황이 생겨 끝내 수술로 분만하게 되더라도 나와 아기가 건강하다면 순산인 것이다. 실패한 출산이란 없다. 뱃속 아기, 엄마와 아빠가 주체가 되어 준비하고 함께 하는 출산 이야말로 진정한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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