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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Feb 23. 2021

27. 움직이니까 살 것 같아

다시 찾은 일상

그렇게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찾아서 그랬는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신 14주가 되자 나를 괴롭히는 입덧도 말끔히 물러갔다. 7주 만에 다시 현미밥과 된장국을 먹을 수 있었다. 식단이 건강해지자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도 채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출강은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주 1회 집에서 동료 줌바 강사 도연 언니와 줌바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 곡씩 새로운 작품을 맞추고 결과물은 영상으로 남겨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사람을 만나서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상이었는지! 날이 따뜻해져서 이기대와 장산에 가벼운 등산을 가기도 하고 다시 요리수업도 수강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하고 맛있는 채식 요리를 배우는데 탄력이 붙었다. 매일 운동하고 나서 건강한 집밥을 해 먹었다. 내가 입덧하는 동안 냉동밥과 시장 반찬에 연명하던 남편과 로건이도 새롭고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운동과 건강한 음식으로 에너지와 의욕이 충전되자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임산부 속옷 브랜드 마더피아에 유튜브 광고 협찬을 의뢰해서 PPL 광고를 따냈고, 흉폭한 채식주의자라는 팟캐스트에 ‘엄마 비건이 되다’를 주제로 게스트 출연 제의도 받았으며 그것을 계기로 비건맘 네이버 카페도 개설했다. 다른 임산부 유튜버 라이프테스와 콜라보 촬영도 진행했고 지금 쓰고 있는 에세이 책을 출간하기 위한 스터디 모임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수업은 끝내 복귀하지 못하고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지만 코로나 19 덕분에 온라인에서는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유튜브 활동만 겨우 유지하던 임신 초기에 비해 훨씬 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니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임신을 확인하고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던 나의 일상이 코로나 19 상황 이후에 강제적으로 중단되는 경험을 하고 보니 행복이 별 게 아니었다. 꽉 찬 일상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 지 깨달았다.


임신 18주 차, 5월이 되자 남편은 모든 수업에 복귀했고 코로나 19 때문에 방문이 제한되었던 아이돌보미 선생님도 다시 주 2회 오실 수 있게 되었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은 로건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 후 남편이 퇴근해 올 때까지 2시간 동안 집에서 육아를 도와주셨다. 로건의 어린이집에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출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가웠는지 그동안 사회적 인지능력이 발달했는지 부쩍 교우관계도 두터워졌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생겼다. 하원 하고도 친구들과 한참을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했다. 내가 이런저런 일에 바쁜 동안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건강히 생활해주는 로건을 보니 고맙고 대견했다. 나의 행복이 로건에게도 전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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