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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킴 Feb 19. 2021

25. 임신이라고 동작 그만?

둘째 임신과 지속된 일상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첫째 로건이는 두 돌이 넘자 제법 말도 했다.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나의 온오프라인 수업도 안정궤도에 올랐다.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가질 거라면 첫째와의 터울이 3~4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새해 다짐으로 둘째를 계획했고 배란일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가임기 동안 두 번 숙제를 했다. 로건이가 한 방에 와 주었다고 둘째까지 그러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설 연휴쯤 예정되었던 월경이 찾아오지 않았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아침 소변으로 테스트를 해 보니 선명한 붉은 두 줄. 이번에도 한 방이었다.


당시에 나는 주 4회 줌바 피트니스 출강을 하고 있었고, 주 3회 방문 피티를 나가고, 주 1회는 개인 운동을 위해 필라테스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다. 로건이 낳고 산후 10개월부터 시작해서 1년 넘게 자연식물식을 지향하는 비건식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나의 일과는 보통 이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로건이 어린이집 등원시킨 후, 아침식사로 먹을 과일 도시락을 싸서 오전 줌바 수업을 나갔다. 수업이 끝난 직후 새 작품을 연습하든지 개인 운동을 30분 정도 하고 나서 과일 도시락으로 첫 끼니를 먹었다. 집에 와서 현미밥과 채소반찬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로건이 하원 시간 전까지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거나 집에서 가사 일을 했다. 로건이가 오후 3시 30분에 하원 하면 육아 출근이다. 월요일에는 저녁 줌바 수업이 있어서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오셔서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로건이를 돌봐주었다. 매일매일 다른 스케줄을 관리해가며 임신 초기에도 바쁘게 지냈다. 로건이가 어린이집에 다녔고 나는 그동안 수업을 나갈 수 있었기에 계속 몸을 움직일 수 있었고 일상은 지속될 수 있었다.


반면 첫째 임신 때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일들도 있었다. 그때는 임신 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번엔 들뜨고 궁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렸다. 아기집과 심장소리가 확인되어야 임신확인서를 발급해주기 때문에 임신 4~5주 차에는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신 사실을 알고도 보름이 지나서야 첫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내 자궁에 자리를 잡은 지 6주 3일 된 콩알만 한 아기를 보고 힘차게 뛰는 심장소리도 들었다. 두 번째지만 참 신기한 노릇이었다. 바로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았고 국민행복카드 바우처를 신청했다. 다음 검진부터는 정부에서 주는 바우처 60만 원으로 병원비를 결제할 수 있었다. 로건이때는 만삭이 되기 전에 바우처를 다 써버렸지만 이번에는 출산할 때까지 아껴 써보자고 다짐했다. 보건소에 가서 산전검사를 받고 엽산제와 철분제, 임산부 주차 스티커 등을 받아왔다. 경험치가 있으니 모든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착착 진행되었다.


출산 또한 바로 계획했다. 이번에도 자연주의 출산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포효하는 짐승이 될 것인가? 첫째를 낳아보니 장기전인 육아에 비하면 출산은 제왕절개든, 자연분만이든, 자연주의 출산이든, 길어봤자 하루 이틀 안에 끝이 단기 이벤트였다.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지만 응급상황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의료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첫째 낳을 때만큼 오래 진통할 수도 있고, 그때보다 더 아플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출산 당일에는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도록 힘을 빼기로 했다. 


첫째 임신 중에는 출산 직후 시작될 육아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출산에만 목숨을 걸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배우고 준비할수록 이것을 해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에는 성공했지만 내가 상상했던 우아하고 황홀한 경험이 아니었고, 그렇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며 시작한 육아도 참 힘들었다.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얼마나 자주 울었는지! 그래서 이번에는 출산보다는 다시 신생아 육아와 모유수유를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아이 둘을 돌보며 일을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계획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둘째 임신 확인 후에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조용히 일상을 유지하면서 육체를 움직이고 정신을 다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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