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16년 여름, 집 앞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친구들과 피서를 즐기던 어느 날, 두 아이의 엄마 그레이스가 비키니를 입은 나의 몸을 보더니 말했다.
“네 그 볼록한 가슴, 애 낳아봐라~ 작아지고 축 처진다~"
나는 정확히 그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결혼한 지 2년 동안 임신 계획이 없었다. 게다가 트레이너는 몸이 재산이지 않은가? 나에게 임신과 출산을 통해 겪게 될 신체적 변화는 외모의 차원을 넘어선 밥줄의 문제이기도 했다.
‘과연 내 몸이 임신 중 얼마나 불어 날 것인가, 출산 후 임신 전 몸매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출산 후에도 지금만큼 트레이너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아기가 생기면 해외여행은 당분간 못 가겠지, 내 가슴은 정말 작아지고 처질까, 왜 남녀가 같이 만드는 아기가 여자에게만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걸까?’ 억울하고 화가 나고 두려웠다.
내 나이 27살에 결혼한 이후로 남편은 아이를 원했지만, 난 아이를 가지기에는 아직 비교적 젊은 나이를 빌미로 임신 계획을 미루고 미뤄왔다.
그런데 그날 그레이스의 가슴에 대한 넋두리를 듣자 하니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임신과 출산을 하면 무조건 살이 찌고 가슴이 처지고 몸매가 망가지란 법이 있나? 내가 언젠가 임신을 하게 되면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다고 증명을 하리라!'
다시는 그 누구도 한 여성에게 이런 말로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심겨 줄 수 없도록, ‘샤인킴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레이스에게 씁쓸한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아이를 낳고는 싶지만, 임신과 출산을 통해 겪게 될 신체적인 변화와 삶의 변화가 두려워 망설이는 여성들이 많다. 남성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적잖은 남성들도 임신 계획을 망설인다. 나도 그랬다. 술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운동으로 몸매 가꾸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이자 직업이었으니, 아기를 갖게 되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유학 중에 본 운동하는 임산부들을 통해 임신 중에도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보았고, 마침내 임신을 계획하기 전 마지막 해외여행이라 생각하고 오른 남미 여행길에서 만난 자유로운 부모들을 통해 아이를 낳고도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덧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유튜버도 될 수 있고, 작가도 될 수 있고, 20대 때보다 더 잘 나가는 트레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응원을 담아, 이 책에 그 시시콜콜한 여정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