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수민아 우리 다음 시간에 같이 앉을래?” 3교시가 끝나자, 윤서가 나에게 다가왔다.
“자리 바꿔서 앉으면 담임한테 혼나잖아.”
“성교육 시간엔 괜찮댔어. 오히려 남자 여자 따로 앉는 게 수업하기 좋다던데?”
“그래?” 수민은 옆에서 못 들은 척하고 앉아 있는 민혁을 봤다.
“안 돼. 누구 맘대로.” 빤히 쳐다보는 수민의 시선을 느낀 민혁이 말했다.
민혁의 대답에 수민의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요즘 따라 자기가 민혁을 좋아하는 것보다 민혁이 자신을 훨씬 좋아하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운동장에서 남자애들이 축구할 때면 민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애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꼭 수민에게 자신의 교복 재킷과 핸드폰 같은 소지품을 맡아달라곤 했다.
어느 날엔 농구하다 손가락을 부러졌다며 수민에게 노트필기를 부탁하며 대가로 사과주스며 딸기 우유 같은 걸 사다 줬다. 수민은 민혁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모른 척 따라주며 생각했다. 왼쪽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오른손으로 왜 필기를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마치 내가 자신의 뭐라도 되는 양 자리를 바꾸면 안 된다 고집을 부리고 있다. 여자라면 차고 넘치는 녀석이 내 앞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바뀐 건지 귀엽다.
“너 수민이 좋아하냐?” 심통이 난 윤서가 민혁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무... 무슨... 아니거든?”
“근데 왜 자리를 안 바꿔줘?”
“귀... 귀찮으니까 그렇지. 아 됐어. 바꾸든지 말든지.” 민혁은 교복 셔츠를 덥다는 듯 펄럭거리며 교실밖으로 나갔다. 나는 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탁. 탁. 탁.
나는 뒤를 돌아 민혁과 정훈을 째려본다. 성교육 시간이 시작되고 벌써 열 번째 내 등 위로 이상한 쪽지가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쪽지엔 별 시답잖은 내용들로 가득했다.
‘주수민 바보.’
‘얼굴색이 왜 그러냐. A4용지냐?’
‘똥~그란 얼굴, 주수민=감자’
내가 째려보자, 민혁은 따봉을 가로로 뉘어 쪽지의 출처가 정훈이라는 표시를 알렸다.
무언가를 적고 있던 정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랬다.
너구나!
나는 쪽지 하나를 집어 빨간색 볼펜으로 답장을 휘갈겨 정훈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