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야! 다음 시간 성교육이래. 수민이랑 자리 바꾼다. 괜찮지?”
옆에 앉아 있던 이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순간 모든 뇌 활동이 정지된 것 같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수민이랑 자리를 바꾼다면... 내 옆으로 수민이가 온다는 건가?
이게 무슨 예상치도 못한 이득인가.
역시 이윤서는 센스가 있다니까.
“당연히 괜찮지.”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교실 오른쪽에 붙어있는 화장실로 달려간다.
부스스한 머리는 대충 물이라도 묻히고 어깨에 코를 한껏 기대어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아씨. 아까 쉬는 시간에 축구하지 말걸.”
그러고 있는데 강민혁이 툴툴거리며 들어온다.
“야. 네 짝꿍 왜 그러냐?”
“이윤서? 왜?”
“아 몰라 짜증 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성교육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젠장! 강민혁이 앉아 있다.
“이게 뭐냐?”
“그러니까. 네 짝꿍 왜 그러냐고.”
“아씨, 이윤서.”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수민은 이윤서랑 앉아서 뭐 그렇게 재밌는지 키득거린다.
나한테는 웃어주지도 않고 맨날 째려보기만 하면서. 쳇.
옆으로 살짝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모습을 홀린 듯이 보게 된다.
나는 공책 오른쪽 하단에 그림을 그린다.
첫 페이지에는 뒷모습, 다음 장에는 조금씩 각도를 틀어 옆을 보는 모습, 다음 장, 그 다음 장, 그 다다 음장에는 점점 뒤를 돌아 마지막 페이지에는 완벽히 뒤를 돌아 환하게 웃는 모습. 재수 없는 강민혁은 지 혼자 키득대며 찢은 종이에다가 뭐라고 쓴 다음 수민이의 등에 계속 던져댄다.
이 자식은 정말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는 놈이다.
“하지 마.”
“왜?”
“그냥.”
“재밌잖아. 너도 하든가.”
여러 번 말해도 들어 처먹지 않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그림에 집중한다.
그림이 완성되면 공책 끝을 잡고 차르르 펼쳐 볼 것을 생각하며 속도를 내본다.
그럼, 영화처럼 수민이가 나를 향해 뒤돌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나는 성교육 시간이 끝날 때쯤 실제로도 그렇게 웃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며 그린다.
수민이가 오른쪽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던가? 아닌가?
다시 한번 보자, 하고 고개를 드는데 수민이와 눈이 맞았다.
세상에.
어쩌면 나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을지도.
수민이가 나를 봤어.
그런데 수민이는 나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다.
한참을 째려보다 종이쪽지 하나를 때리듯이 집어 던진다.
나는 쪽지를 펼쳐본다. 빨간 글씨가 섬뜩하다.
“한번만 더 하면 진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