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에 대하여
엄마가 집을 떠난 후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지내던 나.
어느 여름날이었을까? 무릎이 아프셨던 할머니께서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절뚝거리시며 저 멀리 골목 어귀에서부터 걸어오고 계셨다. 할머니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반소매 티셔츠였다. 손녀딸인 내게 입히시려고 불편한 걸음으로 길을 나서 직접 사 들고 오신 것이다. 밝고 연한 회색빛 바탕에 앞쪽에는 영어 글씨가 쓰여 있고 반소매 끝에는 밝은 초록색이 덧대어 있었다. 그 옛날 시골 장터에서 산 옷이 뭐 얼마나 예쁘고 좋은 옷이었겠는가. 그러나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옷은 잊히지 않는다. 아니, 그 옷을 사 들고 오시던 할머니의 실루엣이 잊히지 않는다.
제때 제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제때 제 나이에 맞는 공부를 하는 것. 그 돌봄과 사랑을 당연하다고 쉽게 말하지 말자. 그 당연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히려 간절한 아이들이 지금도 어딘가 우리 곁에 살고 있을 테니까.
방임도 학대입니다.
매월 8일은 보라데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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