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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Apr 11. 2024

하루에 한 번 이상 말 걸기! 숙제예요.

경단녀들을 위한 길라잡이


"모두 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여기 선생님께 말 걸기! 숙제입니다."


대외협력활동이 많아 외근이 잦으신 센터장님께서 그 바쁜 와중에도 얼마 전 새로 오신 팀원을 챙기는 당부의 말씀이셨다. 내게도 일부러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고 옆사무실에 서류를 전달하는 등의 아주 간단한 업무를 직접 부탁하시는 것도 자연스럽게 라포를 형성하며 나를 챙겨주시는 그분의 배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언제 오신 지 모르게 새로 오신 선생님은 건너 건너 다른 팀인 데다가 자리가 멀어서 나도 아직은 가벼운 인사만 겨우 나누었었다. 그런데 왠지 마주칠 때마다 더 반갑기도 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자꾸 드는 까닭은? 이런 말은 실례인 줄 알지만, 그분이 나보다도 연장자이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다시 주어진 기회에 더 열심히 배우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잠깐씩 마주칠 때에도 역력해 보였다. 물론 그냥 내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게다가 그분은 나처럼 보조인력이 아니라 정식 팀원이기도 하다. 그분을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희망을 품어본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일들 중에 하나는 다양한 가족형태에 맞는 프로그램을 함께 구상하고 기획하거나 진행해 보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백 번을 다시 봐도 앞에 나서서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뒤에서 조용히 돕고 지지하는 사람이다.


문득,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정식 팀원으로 채용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그분은 자신도 모르게 나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듯이 나 역시 누군가의 눈에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내가 지나온 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콕 집어 가리켜주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 부스러기가 되어 볼까?




오늘은 제가 당신의 길라잡이가 되어 좀 더 실용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저 역시 경단녀였습니다. 이제는 취업보다는 창업이 맞는 나이이기도 했고 재취업의 희망이 정말 희박했습니다. 그런 제지금 단시간 근로자로서 가족센터에 취업할 있었던 것은, 작고 짧게 쪼개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기회를 주려는 취지를 가진 공공기관라는 특징도 어느 정도는 작용을 같습니다. 일반기업이었더라면 재진입이 불가능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벽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서류전형에서는 보육교사 2급 자격증컴퓨터 관련 자격증우대를 받았습니다. 지원하는 업무가 사무보조직이어서 그동안에 쌓았던 경력도 유효했습니다. 대신에 경력증명서증빙해야 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퇴사한 옛 직장 쪽으로는 오줌도 누기 싫은데 이제 와서 아쉬운 소리까지 해야 한다니! 압니다. 몹시 껄끄럽다는 걸. 그럼에도  질끈 감고 감정 센서도 잠시만 OFF 하면 됩니다. 가산점만 생각해! 취업이 절박한데 그깟 자존심은 냉장고에 고이 넣어두기로 합니다. 기본적인 응시자격을 갖춘다고 해도 서류통과도 어렵고 면접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른 곳보다는 가능성과 희망이 그래도 좀 있다것입니다. 여성 근로자의 의존율이 높은 영역인 만큼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나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 때문에 시도조차 못해보고 대놓고 차별을 받지는 않습니다. 얼마 새롭게 오신 선생님과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게다가 저는 추가합격자였답니다.


먼저 보육교사 자격증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두고 이야기해 볼까요. 여성분들 중에는 운전면허증과 더불어 이미 둘 다 장롱 속에 잠자고 계신 분들 의외로 많을 겁니다. 저는 작년 8월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받은 후 그 해를 넘기지 않고 연말에 재취업을 해냈습니다. 현재는 사회복지사 수업도 일을 하면서 틈틈이 듣고 있는데 사실 매일 포기하고 싶습니다. 그럴 때마다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제 자신을 설득합니다. 성적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일단 자격증만 따는 거야. 완주만 하자! 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일단 돈을 들여 저를 그곳에 던져 놓으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음을 경험 상 체득했습니다. 실습의 산만 무사히 넘으면 그래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요? 이다음은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한국어교원 자격증?


저도 처음에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면 어린이집만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쓸모의 폭이 넓습니다. 초등 방과 후 돌봄 교사도 가능하고 지역 곳곳에 있는 다 함께 돌봄 교실 선생님도 가능합니다. 이곳 가족센터 소속으로 아이돌보미 활동도 가능합니다. 경력이 없다면 당연히 처음 시작은 어려울 것입니다. 저처럼 단시간 근로자로, 또는 몇 주나 몇 개월 대체교사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실습했던 어린이집 원장님으로부터 얼마 전에 연락이 와서 대체교사로 와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었답니다. 아쉽게도 이미 이곳 가족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갈 수는 없었지만, 하고자 한다면 분명 누구라도 어디든 기회는 있습니다.


무료로 온라인에서 듣는 민간자격증도 여러 개 서랍에 잠들어 있으시죠? 정확히는 안 세어 봤지만 저도 열 개쯤 됩니다. 더 되는 것 같기도. 그런데 제가 막상 해보니 그런 거 스무 개보다는 좀 번거롭고 어렵더라도 비용과 발품과 노고를 투자해서 국가공인자격증을 명확하게 하나 따는 게 현실에서는 쓸모가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걸 얻으려면 그만큼 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시간과 노력은 기본이고요. 어렵게 자격증을 따셨다면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쯩!"이 아니라, 임상 경험입니다. 현장에서의 실습! 실무를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인내심, 지구력! 그것이 한 줄의 경력으로 쓰일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입니다. (보육실습을 해보니 실습에서 포기하고 나가떨어질만합니다. 완전 이해합니다. 저도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두 번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보다 체력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했어야...)



국가공인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 Q-net입니다.


https://www.q-net.or.kr/man001.do?imYn=Y&gSite=Q


요즘 유행하는 3종 세트 단어가 있습니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이런 일을 굳이 내가 왜 감내하면서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면 그냥 집에 있으면 됩니다. 가장 최소한의 표준 요건도 번거롭다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일상을 반복하기보다 뭔가를 배우든 일을 하든 움직이기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다시 일하고 싶었던 목적은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제 자신이 유의미하고 쓸모 있음을 스스로 다시 느끼는 자기 효능감의 회복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은 환경미화원 여사님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분들이야말로 여전히 현장의 일선에서 노익장을 빛내고 계시며 최고의 권력에 버금간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안 계시면 바로 티가 납니다.


사회복지 일을 하시는 분들을 지켜보니 이직률이 높습니다. 사이트에서 수시로 사람을 구하는 공고들이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실무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고령사회로 인해 이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요양 관련 민간 기관이나 업체에서도 사회복지사들을 필수로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계속 가보기로 합니다.


대부분의 구직활동은 워크넷이 기본인 것은 물론 다 아시지요? 온라인도 좋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고용센터에 가서 직업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취업성공패키지>라고 해서 구직자는 물론 고용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있답니다. 저도 예전에 실업급여와는 별개로 취성패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수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류를 증빙하면 저를 고용했던 기업 역시 지원금을 받습니다. 실제로 입금되는 걸 제가 직접 보았지요. 청년 위주가 많기는 한데, 그 청년의 기준이 참 다양하고 애매모호합니다. 우리도 마음은 아직 청년인데 말이지요.


절박한 만큼 내가 직접 스스로 움직여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변에 길을 물으면 의외로 도와주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붙잡고 울든지 물든지 뭐든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아직 '우는 아이 먼저 젖 주는 복지'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마저도 줄이고 있다니 걱정이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람을 일으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마냥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https://www.work.go.kr/pkg/succ/index.do?isIapIng=false&viewType=A


국민내일배움카드도 신청하셔서 적극 활용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여러 가지 직업훈련을 비교적 낮은 자비부담으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오프라인 집체교육) 과정이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환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실업급여 받는 동안 이걸로 요양보호사 취득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고 귀찮아 보인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거기서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세요.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는 AI와 동거동락해야 하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과 친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카톡 다 하시잖아요? 그 정도만 하시면 됩니다. 납세자로서의 권리를 적극능동적으로 누리십시오.


https://www.hrd.go.kr/hrdp/ma/pmmao/newIndexRenewal.do 


각 지역의 가족센터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에 있으며 홈페이지에 수시로 공공 일자리가 다양하게 올라옵니다. 돌봄 관련 육아나눔터 등에서 시간제 근로자도 자주 구합니다. 물론 각 시청 홈페이지도 적극 추천드립니다. 공공 일자리의 최고 장점은 최저시급 기준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임금을 적용받는다는 점입니다. 2024년 최저시급은 9,860원입니다. 그에 반해 경기도 생활임금은 11,890원입니다. 각 시별로 차이는 있습니다.


https://www.kihf.or.kr/web/index.do


40대 중반 이후라면 신중년인생이모작지원센터라는 곳도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기본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맞춤일자리 정보를 꾸준히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http://www.suwon5060.or.kr/web/index.do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시다면 관련 구인공고는 복지넷을 통하면 빠릅니다. 복지로 아니고 복지넷! 다 함께 돌봄 센터 구인공고도 이곳에 올라옵니다.


https://www.bokji.net/


여성비전센터여성새로일하기센터도 추천드립니다. 경단녀를 위한 취업알선 및 창업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답니다.


https://saeil.mogef.go.kr/hom/HOM_Main.do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마다 여성비전센터가 있습니다. 문화센터와 같은 취미 프로그램도 많지만, 실질적인 직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실무과정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https://www.gg.go.kr/woman/main.do


물론 이 모든 걸 이미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신 분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단 한 사람을 위하여 기록해 둡니다. 4개월 전까지도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그 한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저였습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고,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움직여 구하고 이뤘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고, 소속감을 되찾고 의미 있고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빈둥지증후군이 멀고 먼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내세울만한 특출나는 학력이나 스펙도 없고 화려한 경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와 같은 경단녀분들께, 인생 후반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움직이는 것은 당신 몫입니다.



*라포 (라뽀) : rapport. 친밀한 유대관계. 상담자와 내담자가 친근감 및 신뢰감 형성을 기초로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도. 진료에 있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라뽀 형성이 중요하다. 


*빈 둥지 증후군 : 빈 둥지 증후군은 마지막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직을 하는 등,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여 집을 떠나는 시기에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을 의미한다. 이러한 빈 둥지 증후군은 주 양육자의 역할을 맡는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많은 경우에, 빈 둥지 증후군은 퇴직이나 정리해고, 사별, 폐경과 같은 다른 어려운 생활 사건 또는 삶의 중요한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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