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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혁 Jul 13. 2024

도시란 무엇인가

꺼지지 않는 이 밤의 불빛 오 서울사람들 - 워스의 도시성


1. 도시(都市, city)


    지금까지의 연재글에서는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토대로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다루었다. 도시생활이 시작되는 공간인 집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도시생활의 필수인 이동과 일상적인 타인과의 마주침, 도시 아이들의 성장, 핫플레이스 소비,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어가는 도시,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 그리고 도시의 노동 소외 현상을 위대한 사회학자들의 렌즈를 빌려 관찰해 보았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도시와 도시계획,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 도시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만큼 우리가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도시란 무엇인가?’이다!     


인구 107만의 고양'시'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데, 뭔가 ‘도시’의 정의를 떠올리려니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도시는 마천루, 아파트 숲, 지하철 등과 같은 물리적 공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경제와 정치의 중심지와 같은 기능적 공간,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련된 문화의 중심지, 차가운 도시 남자들(일명 차도남)이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공간일 수 있다. 각자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도시의 의미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표준적으로 도시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동양에서 ‘도시’라는 단어는 都(도읍 도)와 市(저자 시)로 이루어져 있다. 도읍은 지배자가 있는 장소이고 저자는 시장, 즉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즉, 동양에서 도시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장소로 정치, 행정 등의 공공기능과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시를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라고 정의한다.


조선의 수도 한양 (조선닷컴, 2014. 04. 09.)

 

   그렇다면 서구권에서는 도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영어로 도시를 뜻하는 ‘city’는 프랑스어 ‘civita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civitas는 문명을 의미하는 ‘civilization’의 어원이기도 하다. 즉, 서구권에서 도시는 문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알다시피 문명은 사람들이 비옥한 지대에 모여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루어낸 물질적·사회적 발전의 결과이다. 피라미드를 짓건, 지구라트를 짓건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서 city는 ‘a place where many people live, with many houses, stores, businesses, etc., and which is bigger than a town’, 즉 많은 집, 상점, 사업체 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 중 마을보다는 더 큰 곳을 의미한다. 번외로 ‘도시의’, ‘도시와 관련된’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 'urban'은 라틴어 'urbanus'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원래 로마제국 시절 수도 로마의 생활 방식이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urban은 현재 도시생활의 특징과 도시화된 지역의 특성을 포함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urban이 변화된 'urbane'이 ‘세련된’, ‘품위 있는’의 뜻을 가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대 로마의 수도 로마 (The Guardian)


    동서양 ‘도시’의 뜻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국가들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도시와 비도시지역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는 200명, 아르헨티나는 2,000명, 인도는 5,000명, 일본은 50,000명, 중국은 100,000명, 그리고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1,500명에서 50,000명 사이가 거주하는 지역을 도시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도 도시를 정의하는 지방자치법이 존재하는데, 일본과 같이 인구 50,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을 도시로 구분하고 있다.  

    인구라는 양적인 측면에서만 도시를 정의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이 모임으로써 도시에 질적인 변화도 함께 온다. 많은 인구가 한정된 장소에 모이게 되면 도시만의 생활양식이 발현된다. 오늘은 사회학자 워스의 렌즈를 빌려 도시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




2.  워스의 도시성


    오늘의 사회학자는 루이스 워스(L. Wirth)이다. 사회학, 도시계획학, 지리학 등 도시와 관련된 학과에서 한 번씩은 짚고 넘어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워스는 앞선 연재글에서 다룬 적 있는 미드와 베블런이 있던 시카고대학 출신이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 시카고대학에서는 소위 시카고학파(Chicago School)라고 불리는 사회학 연구집단에 의해 대도시인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워스도 시카고학파의 일원으로서 도시사회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기존의 시카고학파 연구자들이 도시의 성장에 따른 공간구조의 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워스는 도시를 도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 즉 ‘생활양식’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론은 그가 저술한 ‘생활양식으로서의 도시성(Urbanism as a Way of Life)’에서 자세히 다루어진다.   


워스와 그의 논문 '생활양식으로서의 도시성'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귀여우시다)

 

    워스는 농촌과 구분되고, 모든 도시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통의 속성, 즉 도시성을 도시의 생활양식에서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 도시 생활양식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인구이다. 워스는 도시를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조밀하게 거주하는 정주지’라고 보았다. 워스의 관점에서 도시만의 독특한 생활양식을 구성하는 요인은 ‘인구 규모(size)’, ‘인구 밀도(density)’, ‘인구의 이질성(heterogeniety)’에서 비롯된다. 이를 김 씨 아버지의 고향인 상주시 공검면과 서울을 비교하며 살펴보자.           


상주시 공검면과 서울


    먼저 인구 규모이다. 도시에서는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개인의 자유는 증대하지만 한편으로 인간관계는 피상적이게 된다. 농촌인 상주시 공검면은 고령가야국의 김고로왕을 시조로 하는 함창 김 씨의 집성촌이며 인구는 2,270명 정도이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마을 단위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마을의 모내기 시즌에 늘 나오던 파란 대문 할머니가 안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마을 사람들은 곧장 파란 대문으로 달려가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구가 적어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수저 개수가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밀한 건 좋은데, 문제는 강한 공동체성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을의 몇 없는 초록 대문 청년이 유튜브 쇼츠를 찍느라 모내기에 말없이 빠지면 곧장 들켜 마을 어르신들께 한 소리 들을 것이다. 농사보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초록 대문 청년은 너무나 가까운 인간관계로 인해 자유롭게 시간을 쓰기 어렵다.

    이제 서울로 가보자. 서울은 인구 970만 명의 대도시이다. 인구가 많다 보니 도시 구성원들의 개인적 기질, 직업, 문화생활, 사고방식 등이 농촌에 비해 다양하다.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공검면 마을 사람들과 달리 서울 사람들은 바리스타, 은행원, 택배기사, 의사, 선생님, 대학원생(?)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직업적으로 분업화가 되어 사회적인 역할이 세세히 나누어져 있고,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일차적인 관계를 맺기가 불가능하다. 서울에서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이차적 관계이다. 김 씨가 은행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했다고 해보자. 다음 주에 또 처리해야 할 은행 업무가 생긴다고 해서, 꼭 똑같은 직원을 찾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 어떤 직원이든 상관없이 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비록 은행원과 대면하며 교류하지만, 그 관계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다. 농촌에 비해 도시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훨씬 많은 사람들과 대면하지만, 그만큼 특정 개인에게는 덜 의존적이다. 서울에 김 씨의 은행업무를 처리해 줄 은행원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렇듯 도시의 큰 인구규모는 각 사람의 인간적인 특성보다는 역할에 기초한 사회생활을 가능케 하면서 높은 수준의 익명성과 개인주의를 초래한다. 그 결과, 인간관계를 부차적으로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공동체성으로부터 자유를 준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도쿄 - 인구 1396만 명 (Christele Harrouk)


    도시성의 두 번째 요소는 인구 밀도이다. 한정된 공간에 인구가 많아지면 당연히 인구 밀도가 높아진다.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도시에서는 타인과의 마주침이 증가한다. 상주시 공검면과 서울 중에 어디에서 타인들과 더 많이 마주치겠는가!

    상주시 공검면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보통 다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가면서 “김 씨 무릎은 다 나았어?” 이런 식으로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눈다. 일단 누구라도 마주치면 멈춰 서서 잠깐이라도 근황토크를 하는 게 농촌의 일상이다.   

    그에 반해, 길거리, 지하철, 백화점 등 서울 곳곳에서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빈도가 훨씬 크지만,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지나친다. 내 앞에 걸어오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나이가 몇인지, 건강한지 알 게 뭔가. 어차피 나와 관계없는 스쳐 지나갈 인연이다! 기본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정서적 유대감이 없다. 즉, 인구 밀도가 높다 보니 도시에서 사람들과의 물리적인 접촉은 농촌에 비해 훨씬 늘었지만, 사회적 접촉은 훨씬 줄어들었다. 만약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타인에게 관심이 갈 때가 있다면 그 사람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외모가 특별할 때뿐이다. 그렇다 보니 도시 사람들은 개개인의 본질보다는 외면적인 특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정된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경쟁심이 높이질 수밖에 없다. 농촌도 당연히 좋은 땅, 입지 좋은 집이 있겠지만, 서울만 하랴! 도시에서는 더 좋은 입지에서 살고, 더 좋은 곳에서 일하고,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는 타인들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거리감, 경쟁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하며 농촌과 구분되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마닐라 - 1㎢ 당 43,064 명 (Britannica)


    도시성의 마지막 요소는 인구의 이질성이다. 지금까지 논의했던 대로 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농촌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성, 곧 이질적인 인구의 특성으로 인해 도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관용이 늘어난다. 

    상주시 공검면 마을 사람들은 유사한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강한 공동체성으로 인해 생활 패턴과 삶의 가치관이 비슷하다. 그렇기에 마을의 관습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엄격할 수밖에 없다. 다 그렇게 사는데 혼자만 그 삶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반면에 서울에는 부자와 빈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진보 지지자와 보수 지지자, 성악가와 래퍼 등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래퍼가 ‘피스’를 외치며 상주시 공검면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홍대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도시에서는 정말 웬만큼 특이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곳이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 사람들의 이질성은 계층 간의 경계도 허물어뜨린다. 월 200대 월급 받는 김 씨가 지하철 탄다고 해서, 월 1,000 버는 사업가가 지하철은 안 탈 이유는 없다. 도시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으로 인해 다름을 용인하는 관용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표 도시, 샌프란시스코 (대한항공 뉴스룸)


    정리해 보면, 도시의 높은 인구 규모, 밀도, 이질성은 공동체성을 약화시키고 피상적이지만 자유로운 인간관계와 경쟁심, 그리고 다름에 대한 관용성이라는 도시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다.      




3.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일까?


    UN Habitat에 따르면 전 세계 육지 면적에서 도시의 면적은 대략 2~3%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면적이지만, 전 세계 GDP의 80% 이상은 도시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렇듯 단 3%의 도시 면적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인구 중 56%인 44억 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도시들은 대체로 인구가 많고 밀도가 높다. 인구와 인구밀도(1㎢ 당 인구)로 봤을 때 도쿄는 1,300만 명에 6,075명, 런던은 946만 명에 5,285명, 뉴욕은 8,62만 명에 6,992명,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950만 명에 16,521명이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전 세계에서도 상위에 있다.     

    워스가 인구를 토대로 도시만의 특별한 생활양식을 발견한 것처럼 도시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인구적 특성을 고려한 학자들이 있다.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라는 저서로 유명한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 Glaeser)와 창조계급(Creative Class)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 Florida)다. 이 두 경제학자 모두 도시와 관련된 수업을 듣다 보면 꼭 언급되는 분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비도시 지역과 구별되는 도시의 엄청난 생산력이 결국 '인적자본'에서 온다고 보았다. 예로부터 도시는 혁신의 발전소였다. 혁신은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적인 도시 환경에서 자유로이 접촉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교환된 결과이다. 즉, 도시의 번영과 성공에는 도시의 인구 규모, 밀도,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레이저와 플로리다


    플로리다도 비슷한 맥락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논의한다. 인구가 집중되어 밀도가 높아지면 경쟁과 다양성이 증가하고, 이러한 도시 환경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도시의 분위기는 성별, 인종, 민족,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창조계급, 즉 창의적인 인재들을 끌어 모은다. 플로리다가 ‘슈퍼스타 도시’라고 명명한 뉴욕, 런던, 시애틀과 같은 성공한 도시들에는 이처럼 창의적이면서 이질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       

    워스와 글레이저, 플로리다를 연결해 보면 결국 다양하고 많은 인구가 집중되어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자유로움, 경쟁, 관용이라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도시의 동력이자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4. 도시란 무엇인가?


    워스의 도시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리가 도시공간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타인과의 가벼운 인간관계로 인해 느껴지는 거리감과 자유로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원하는 것을 쟁취해야만 한다는 불안감, 개성이 존중된다는 안도감 등 도시에서는 흔히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들이다.

    그러나 워스의 도시성은 모든 도시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국가와 문화마다 도시의 맥락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워스는 도시의 인구적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 연대과 공동체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보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도시촌락민(urban villagers)의 존재 때문이다.

    미국 LA에 가면 한인들이 모여 살고 활동하는 지역이 있다. LA라는 382만 명의 대도시에 산다고 공동체성이 약할까? LA 한인들은 92년 폭동도 단결하여 막아낸 도시 사람들이다. 민족성을 기반으로 한인들은 거기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타국에서의 서러움을 이겨내고 LA의 영향력 있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LA 폭동을 막아낸 한인 공동체 (위키피디아)

   

    여전히 존경받는 도시사상가 제인 제이콥스(J. Jacobs)도시의 핵심을 도시 특유의 인구 집중 현상에 따른 다양성의 증대와 사람들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라고 보았다. 제인 제이콥스가 생각하는 좋은 도시는 질서 정연한 비인간적인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지역공동체가 살아있는 '인간적'인 도시였다. 제이콥스는 활기차고 사람 냄새나는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를 파괴하고 고속도로를 지으려 한 뉴욕과 싸워 소중한 지역공동체를 지켜냈다.     


뉴욕 지역공동체 파괴에 저항한 제이콥스와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그리니치 빌리지'


    워스가 발견한 도시의 속성처럼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조밀하게 모여사는 것은 분명하다. 문명의 발상지, 혁신의 발전소, 창의성의 엔진 등 도시의 이명을 생각해 보면 도시의 힘은 결국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뭔가 도시가 주는 차가운 느낌은 무엇일까? 이제 여기에 제이콥스가 그랬던 것처럼 공동체성을 한 스푼 넣어 조금은 더 따뜻한 도시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도시의 본질은 나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더불어' 사는 것인 것 같다.  


길 위의 반가운 마주침 (오마이뉴스)





     

루이스 워스 (1897 - 1952)

    워스는 1987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1911년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그 유명한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 사회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취득한 찐 시카고학파 사회학자이다.

    워스는 학문적으로 그의 지도교수 로버트 파크(R. Park)와 지도교수님의 스승님인 게오르그 짐멜(G. Simmel)의 영향을 받았다. 파크에게서는 경쟁과 같은 인간생태학적인 관점(자연 생태계 종들의 경쟁적 속성을 인간 생활에 적용), 짐멜에게서는 도시의 규모, 이질성에서 비롯한 사회문화적 관점을 이어받았다.

    생활양식으로서의 도시성이라는 워스의 논문은 도시사회학에서 중요한 이론적 저술로 인정받는데, 도시가 어떻게 농촌과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는지를 논리적으로 탐구한 결과이다.

    비록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지적은 있지만, 사회체계 안에서 도시를 탐구하는 도시사회학 분야를 발전시켰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훗날 1949년부터 생을 마감한 1952년까지 미국사회학회 회장 역임하며 사회학자로서 그의 영향력을 증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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