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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 전등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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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레몬 Jul 10. 2022

예쁜 아이


서아의 앞니 두 개가 빠졌어요. “앞니가 두 개나 빠져서 더 못 생겨졌어.” 서아는 슬퍼서 울었습니다. 서아는 친구 아름이를 부러워했어요. 아름이는 쌍커풀도 크고, 코도 오뚝했거든요. 그리고 아직 앞니도 빠지지 않았어요.



서아는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도 아름이처럼 눈도 커다랗고, 코도 뾰족했으면 좋겠어. 앞니도 있었으면 좋겠어!” 거울을 보던 서아가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울었어요. 속상한 마음에 울자 앞니 두 개가 빠진 것이 더 잘 보였습니다.



앞니가 빠진 뒤로 서아는 더 이상 웃지 않게 되었어요. 친구들 앞에서도, 가족 앞에서도 서아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누군가 서아가 이빨 빠진 모습을 보는 게 싫었기 때문이에요. “서아야, 서아가 요즘 웃질 않네?” 서아의 어머니가 말했어요. 



“이빨이 빠져서 못 생겼어요.” 서아가 말했습니다. 서아의 어머니가 서아를 쓰다듬에 주었어요. “전혀 못 생기지 않았어. 앞니는 곧 다시 나는 걸? 신경 쓰지 말고 웃어도 돼. 하지만 서아는 웃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말은 거짓말이었으니까요. ‘난 전혀 예쁘지 않아. 엄마는 날 위로해주려 하는 말인걸.’



그날 밤, 서아의 꿈속에 이빨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서아야 안녕? 나는 이빨요정이야. 예뻐지고 싶니?” 요정은 고깔모자를 쓰고 반짝이는 요술봉을 들고 있었어요. “네. 예뻐지고 싶어요.” 서아가 재빨리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빨 요정이 요술봉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어요. “서아야, 이제 아무도 서아가 이빨 빠진 걸 알지 못해. 그리고 다들 서아가 예쁜 줄 알거야. 이제부터 활짝 웃어도 된단다.” 그리고 이빨요정은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굉장히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선생님의 말에 서아는 활짝 웃었습니다. 이빨요정이 웃어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서아가 활짝 웃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서아가 웃으니까 정말 예쁘구나.” 그 말에 서아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어요. 이빨 요정의 말대로 사람들 눈에 서아가 예뻐보이는 게 분명했습니다.



그 뒤로 서아는 많이 웃었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하하 입을 벌려 웃었습니다. “서아는 잘 웃어서 기분이 좋아.” 친구들이 말했어요. 서아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발표도 많이 하고,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 “서아는 참 예뻐.” 서아의 친구 아름이도 서아가 예쁘다고 칭찬했어요. 사람들 눈에는 서아가 아름이처럼 예뻐 보이는 게 분명했습니다. 



어느 날, 아름이가 서아에게 말했습니다. “서아 앞니가 다시 나는구나.” 서아는 놀랐어요. 이빨 요정의 말대로라면, 사람들은 서아가 이빨이 빠진 줄 몰라야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빨이 빠진 걸 어떻게 알았어?” 서아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그냥 보였는데?” 서아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었습니다. “너희들도 나 이빨 빠진 것 알았어?”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서아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떡해. 나 다시 못생기게 변했나봐. 잠깐 다른 얼굴이었는데.” 그러자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넌 항상 똑같은 얼굴이었어.” 서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나 예쁘다며?”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너 예뻐.” 친구들은 서아가 예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웃을 때 예뻐.” “맞아, 그리고 신나서 이야기할 때도 예뻐.” “발표할 때도 예뻐.” “친구들 말 잘 들어주는 것도 예쁘고.”



그날 밤 서아의 꿈에 이빨 요정이 또 나타났습니다. “서아야, 이제 알겠니? 너는 그 자체로 굉장히 예쁘단다.” 요정은 그 말을 남겨두고 사라져버렸어요.



이제 서아는 더 이상 다른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이빨이 빠져서 슬퍼하는 친구를 볼 때 서아는 생각합니다. 오늘 밤 꿈에 이빨 요정이 찾아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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