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자립구조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사람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2년 차가 가장 힘들고 험난한 시기라고 한다.
우리 역시 1년이 지나자 아주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가 만날 때에는 나의 열정,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 이렇게 시작한 것 같다.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우리끼리 만들 자신이 없어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원을 했다. 교육을 받고, 고민을 하고 또 그러면서 헤매고 하다 보니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가 나왔다. 그러고 한 동안은 출자를 하고,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원한 지원금액을 어떻게 쓰느냐를 갖고 논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사무실을 얻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돌봄을 서툴지만 시작했다.
협동조합을 만든 다음 해에는 좀 더 큰 지원사업에 도전을 했는데 제주도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인 제주사회적경제 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업가 창업 육성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2021년 당시 기업당 최대 3200만 원으로 지원금액도 컸다. 그래서 꽤 정교한 선정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경쟁 PT를 하여 심사를 받았고, 중간평가 프레젠테이션, 성과공유회 프레젠테이션 등 평가의 나날이 지속되었다.
담임 멘토와 함께 우리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실행 가능성을 논하고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허무 맹랑한 이상에 경제관념이 도입되고, 실적이라는 무게 아래에서 혼란스러웠다. 일정이 따라 할 일을 해 나가긴 했지만, 진행 속도는 좁은 물길을 거침없이 흐르는 물살 같았으며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소용돌이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게다가, 이제야 협동조합 설립 2년 차였고, 사회적기업가 창업육성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더 잘하고 싶었다. 나는 협동조합의 멤버에게 인건비를 챙겨 주고 싶어 되는 대로 지원사업에 뛰어들어 꽤 많은 지원사업을 하게 되었다. 가능하면 빨리 자립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빨리빨리! 전문가들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벗어나고 싶었다.
매번 성과 발표를 할 때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돌봄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하려고 하나?'
'돌봄은 그냥 멤버들끼리 소소하게 하는 게 낫지 않나? 굳이 이렇게 사회적경제의 지원을 받아가며 할 필요가 있을까?'
'돌봄은 돈이 안되는데 다른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나는 이런 말들을 듣기가 싫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규모를 키우고 싶었다. 담임멘토는 지원사업에 집중하지 말라고 했지만, 경제적 규모가 큰 것이 빨리 자립하는 길이라 생각했던 그때는 그 말이 들릴 리가 없다. 담임멘토의 말은 듣는척하고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맘대로 했다. 대충 어림잡아도 지원사업 규모가 1억이 넘는다. 그렇게 바쁜 1년을 지내고 연말이 되자 하나하나 다 해내기는 했는데 마무리하는 것이 너무 벅찼다. 지원사업은 우리 돈이 들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다. 또, 정산이라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남의 돈 쓰는 것은 역시 어렵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 실적과 증빙사이에서 허우적 대는 사이, 멤버들은 하나, 둘 지쳐갔다.
처음 협동조합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했다. 협동조합이 참 사람 지치게 하고 정신을 갉아먹는 것이다. 정말 힘들다 안 하는 게 좋다. 결국 싸우고 깨지고 말 것이다. 내부 균열이 일어나고, 나는 다른 세력에 의해 밀려났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등등. 그렇지만 나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잘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뜻이 무언인지 좀 알겠다. 함께 무언가를 하려면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조합원의 의지는 얼마나 될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다들 3년만 버티면 된다고들 하는데 잘할 수 있을는지. 2021년 말에는 앞으로 잘 버틸는지 보이지 않는 긴 암흑 터널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