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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감성과 논리사이
서비스를 잘하는 전문가
by
신수현
May 7. 2025
사람의 뇌는 감성적인 부분과 논리적인 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중 하나에 치우쳐 있다.
감성적인 사람과 논리적인 사람 중에서, 세무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져야 할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법에 근거한 정확한 세금 신고에 집중해야 할까? 나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서비스’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지만, ‘전문가’란 일의 결과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떤 세무전문가가 납세자의 상황이 불쌍하다고 해서 법을 넘어서 세금을 줄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
회계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전문가는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이 기억난다.
이는 세법과 회계 이론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무사무실의 일은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다. 거래처의 대표와 경리 직원, 사무실 내부의 실장 및 선배 직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혜롭게 버티고 성장해야 한다.
이 일은 ‘서비스업’이지만 동시에 ‘전문직’이다.
나는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는 것보다 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은, 진정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겸손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네, 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한마디가 신뢰를 만든다.
경력자는 실력이 많기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틀린 것을 바로잡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 업무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다. 회계사나 세무사도 마찬가지다.
법인세나 종합소득세도 1년에 한 번뿐이라 매번 새롭게 공부해야 한다.
신입에게 설명할 때도 자동으로 떠오르는 지식을 내놓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다시 검토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반면, 자신이 뭘 모르는지도 모른 채 확신을 갖고 일을 벌이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사람은 책을 보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묻기를 좋아하지만, 타인의 말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노하우를 쉽게 공개하려는 사람은 드물고, 알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지식이 아니라 습관일 수도 있다.
나 역시 대학에서 전공하고 실무를 10년 넘게 했지만, 새로운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는 순간이 온다.
이 일은 분명 ‘서비스업’이다. 이제 전문적인 계산은 프로그램이 대신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단순히 정확한 수치보다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상속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금은 신고하는 것마다 실제로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신고가 잘못돼도 모든것에 대해서 가산세를 매기지는 않는다. 실수하는 부분과 고의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하는것 같다.
신고자의 판단과 윤리, 양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세법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은 어렵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쌓아온 관계와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는 설명할 수 있다.
이 일에도 룰이 있다.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지만, 룰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억울한 범죄자가 있다 해도, 판사와 검사는 법의 기준 안에서만 판단해야 한다.
세무업무를 맡은 사람은 결국 서비스 마인드와 논리적 기준을 모두 갖춰야 한다.
세무사 입장에서는 거래처가 이탈하지 않도록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실무자 입장에서는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일은 어렵고, 그래서 계속 배워야 한다.
요즘 종합소득세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것은 근로소득뿐 아니라 다단계, 온라인 판매, 마케팅 소득 등 새로운 소득 구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이 일을 한다고 해서 곧 ‘전문가’라 부를 수는 없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렸을 수 있기에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겸손하게, 더 논리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따뜻하게 — 오늘도 이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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