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계를 본다고 믿는다. 뉴스를 보고, 사람들과 말하고, 정보를 접하고,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시력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른다.
철학은 말한다.
“당신이 보는 세계는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왜곡된 시선을 자각시키는 것,
그것이 철학의 첫 번째 기능이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편견, 정서, 상처, 관습이라는 보이지 않는 렌즈를 쓰고 살아간다. 그 렌즈는 뿌옇고, 휘어져 있다. 그걸 끼고도 “나는 제대로 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철학은 그런 렌즈를 벗기게 하고, 다시 초점을 맞추게 한다. 맑고 또렷한 시야를 얻는 일은 사고의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 이후엔 더 이상 세상을 막연한 두려움이나 조작된 틀로 보지 않는다.
진실은 단지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느냐가 진실을 만든다. 철학은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일인 동시에, 그 사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자체를 해부하는 일이다.
철학은 묻는다.
“네가 그렇게 믿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시선은 너만의 것인가?”
“진짜로 본 적 있는가?”
시력이 나쁜 채 길을 걸으면 언젠가 벽에 부딪히고, 누군가에게 부딪히고, 자신이 길을 잃은 줄도 모른 채, 계속 같은 길을 헤매게 된다. 철학 없는 삶이 그렇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고, 자신의 욕망이 어딘지 모른 채 소비하고, 정체성과 방향을 잃는다.철학은 눈을 뜨게 한다. 혹은 적어도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한다.
철학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시력의 교정이다. 이제 철학은 시대의 무기가 아니라 시대의 안경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혼탁한 렌즈를 쓰고 있는 시대, 철학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거울이며 더 선명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