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요식업의 다른 리듬

by 신성규

한국의 골목을 걷다 보면,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문을 여는 건 흔하고, 점심부터 저녁, 심지어 새벽까지 손님을 받는 곳도 있다.

반면 일본의 동네 식당을 보면, 영업시간이 겨우 몇 시간에 불과한 곳이 많다.

점심 두 시간, 저녁 세 시간. 딱 그것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준비하거나 쉰다.

언뜻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 장사를 하려면, 오래 열수록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 차이는 단순히 근면성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두 나라의 외식 문화, 경제 구조,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서 그렇다.


한국의 자영업 구조는 치열하다.

외식 시장은 포화 상태고, 경쟁은 심하다.

거기다 임대료는 높고, 재료비는 오르며, 마진은 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길게 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윤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피하는 것이 목표인 구조다.


그래서 한국의 식당은 오래 열고, 많은 손님을 받으려 한다.

점심과 저녁뿐 아니라, 늦은 밤, 새벽까지도 가능하면 문을 열어둔다.

장사의 기술보다 체력과 끈기로 버텨야 하는 생존형 자영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일본의 소규모 식당들은 다르다.

몇 시간만 팔아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물론 일본도 경쟁은 있다. 하지만 작은 가게들이 품질 중심으로,

하루에 팔 수 있는 만큼만 판매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거나 준비에 쓴다.


이들은 요리사를 단순한 사장님이 아니라, 장인으로 인식한다.

하루 한정 수량, 엄선된 재료, 짧지만 진심을 담은 운영.

적게 열지만, 만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

긴 시간 일하지 않아도, 가게의 정체성과 품질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


결국 일본 식당의 짧은 영업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구조가 허용해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 식당의 긴 영업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구조가 강요해서 생긴 일이다.


우리는 종종 “왜 저 나라는 저렇게 편하게 일하냐”고 묻지만,

정작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오래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노동의 길이가 긴 사회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방식은 오직 더 버티는 것뿐이다.

반면, 노동의 밀도가 중요한 사회에선

자존감은 덜 일해도 괜찮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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