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임감으로 사는 것 같아요.
내가 없으면 안 되니까,
나 아니면 안 되니까.
모두 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고, 일들이니까.
그래서 살고 있는 거 같아요.
나는 없고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요."
"얼마나 많이 힘들겠어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살림도 일도 모두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다 떠안고 살았어요.
사는 게 참 힘들었는데."
처음 만난 여자 택시 기사님과 짧은 시간 동안
고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으로 시작된 말이었는지 모른다. 택시를 잡고, 어쩌다 서로 말을 건네고 어찌하다 내 속을 드러내버렸다.
"처음 뵌 분한테 별말씀을 드렸네요."
주책맞은 내가 부끄러웠다.
"아니에요.
손님 얘기가 내 얘기가 되기도 해요.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손님 얘기를 공감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우리 얘기를 한 거예요."
친절한 기사님의 말이 참 좋았다.
함께 느낀 감정에 외롭지가 않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바로 창문을 열어
날리는 바람에 눈두덩이를 눌러
눈물을 묻게 한다.
나는 서둘러 글이 쓰고 싶어졌다.
나의 날들에게,
우리의 날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외롭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