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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Sep 25. 2023

콩국 좋아하시나요?

내가 콩국을 먹다니

나는 콩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옆에서 맛있다고 아무리 권해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 텁텁한 콩맛이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찾아먹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입맛이 바뀐 건지, 내가 콩국을 먹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콩국을 싫어해서 콩국수도 먹지 않았다. 맛있는 국수에 굳이 콩국을 넣어 먹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뭇가사리를 넣는 것도 의아했다. 몇 번 맛을 보긴 했지만 끝내 맛을 들이진 못했다. 생각해 보니 콩반찬도 싫어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가 콩자반을 해주시면 겨우 한 두 개를 집어 먹다 말았다. 밥에 콩을 넣는 건 질색했다. 밥도 아니고 콩도 아닌 이상한 조합에 콩밥이 나오면 늘 울상이었다.


지금은 콩이 없어서 못 먹는다. 콩나물 무침, 콩조림, 두부 등 콩이 들어간 요리부터 대망의 콩국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건강을 생각하면서 콩을 억지로 챙겨 먹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콩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많아 육고기를 잘 먹지 않는 나에겐 유용한 단백질 섭취처다. 식이섬유가 많고 항산화작용을 해서 슈퍼푸드로 불릴 정도로 영영가가 높다. 이렇게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걸 왜 여태 안 먹었나 싶다. 어렸을 때부터 이 맛을 알고 잘 먹었다면 조금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집에서는 보통 서리태를 갈아 마시는데 힘들어서 자주 만들진 못한다. 요령이 아직 부족해서인지 곱게 갈리지 않아서 콩국인지 그냥 간 콩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파는 콩국도 알아보았지만 직접 만든 것에 욕심을 못 내려놓았다. 그러다 어제 시장에서 콩국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사실 여러 번 앞을 지나가긴 했는데 사 먹을 생각을 못했다가 이번에 드디어 먹어보게 되었다. 시장에 간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꽤 쌀쌀했는데 김이 폴폴 나는 콩국을 후후 불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군침이 흘렀다. 거기다 국산콩 100프로라니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주문을 하니 콩국이 든 보온통 꼭지를 열어 작은 그릇에 바로 담아주셨다. 뜨거운 김이 났다. 식탁에는 간을 맞출 수 있는 소금과 설탕이 놓여있었다. 맛을 보니 간간해서 따로 추가하진 않았다. 한 숟가락 크게 뜨니 건더기가 떠올랐다. 찹쌀도넛이였다. 콩국에 도넛이 들어간다는 건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쫄깃한 찹쌀도넛이 콩국을 머금어 촉촉했다. 팥죽의 새알 같아 별미였다. 국물은 어찌나 뽀얗고 걸쭉하던지 마치 크림수프 같았다. 콩국이 이런 맛이었다면 어렸을 때도 잘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크림수프보다 더 좋은 콩국!


쌀쌀해진 날씨 탓에 콩국 가게는 북적거렸다. 음식의 온기가 따뜻해지는 계절이 왔다. 사람들과 콩국을 같이 먹고 있으니 온기를 나누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말속에선 포근함이 느껴졌다. 콩국이 또 생각난다. 시장에 가야겠다. 콩국 먹으러! 온기 받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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