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좋은 시간을 보내주렴

일상 사치에 관하여.

혼자력 만렙인 나는 아이가 둘이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엄마이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모아놓은 적금을 깨서라도 혼자놀이 진수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전 오후 분단위로 빡빡한 엄마. 저녁식사 준비할 때쯤 ‘점심시간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허무하게 하루가 저무는 것을 인지할 때면 ‘아 오늘 하루 망했네 뭐했는지 생각이 안 나.’ 하면서 발을 동동거리고 괜스레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아, 나도 나만의 시간을 플렉스로 쓰고 싶다.


코로나 이후로는 진정 현실적으로 스케줄을 짠다. 일주일을 반드시 해야 할 것들로 채울 때 빡빡한 빨간 글씨 속 나만 알아보게 보라색으로 마지막 여백을 채운다. 라테가 맛있는 카페에 가서 딱 한 시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다. 그동안 지인들과의 온라인 글쓰기 모임 ‘화요 글쓰기’에서 매주 글 한편은 썼었는데 최근에 쉬는 기간이라 브런치고 블로그고 글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글감을 생각하고 그것을 복기하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어진 지 오래다. 사무실에 나가면서 유치원 픽업 때까지 어떻게든 일을 빨리 끝낼 생각에 점심밥도 먹지 못하고 있고 3시에 아이들이 오면 간식 챙겨주며 집안일을 한다. 그러고 아이들의 2부를 함께 뛰고 있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러나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내가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단 한 가지라면 쓰기가 아닐까. 거기에 고소한 라테와 조용하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공간이라면 하루가 빡빡해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은 행복의 시간을 갖고자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지만 틈이 잘 생기지 않는다.


나의 브런치가 울고 있다. 구독자도 거의 없고 ‘라이킷’도 많이 없지만 발행하여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내 이름의 글이 있다는 것에 꽤 기쁨이 컸다. 돌아오라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지만 혼자노는 브런치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 글을 쓰는 것이 일상 속의 사치가 될 줄 누가 알았던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 중 <가을 아이>에서 ‘내일 좋은 날씨를 보내주렴’이라는 글이 나온다. 지난주부터 계속 마음에 남는 예쁜 문장이다. 가을에게 이야기해본다. ‘내일 좋은 시간을 보내주렴’ 혼자력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틈이 생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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