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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담 Aug 15. 2023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사기열전 경포 편] 사기열전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영포(미상~기원전 195년)는 평민 출신으로 혼돈의 시대에 제후에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항우에게 임명된 18명의 제후 중 한 명이었고, 유방의 한나라에서는 회남왕으로도 제후가 되었습니다.


영포


경형을 받은 영포


영포는 성이 영(英)이고 이름이 포(布)입니다. 영포는 오늘날의 안희성의 루안시였던 육지방 사람으로서 평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떤 이가 형벌을 받아야 왕이 될 상이라고 했습니다. 후에 장년이 되어 법에 연루되어 경형(黥刑, 먹물로 몸에 새겨 넣은 형벌, 묵형(墨刑)이라고도 함) 받게 되자, 영포는 '어떤 이가 내가 형벌을 받아야 왕이 된다고 했는데, 이것이 그것이겠지'하며 크게 웃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면 몹시 위축될 만한데, 역시 영웅은 보통의 배포와 자신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웃는 영포를 보고 모두들 비웃었습니다. 영포는 경형을 계기로 경포로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반란군으로 시작


경포는 당시 수십만의 죄인들을 모아서 노역을 시켰던 여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여산은 진시황의 거대무덤을 만들던 곳입니다. 거기서 경포는 무리의 우두머리와 사귀고, 나중에는 그들을 이끌고 장강의 도둑무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진승이 진나라의 최초 반란군으로 일어서자, 경포는 파양현의 현령인 파군으로 불리는 오예를 만나 진나라를 배반하고 수천의 군사를 모았습니다. 파군은 경포의 재능을 보고 자신의 딸을 주어 사위를 삼았습니다.



항우에 귀속


진나라 장수 장한이 전승을 궤멸시키자, 영포는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가서 항우의 숙부인 항량이 회계(현재 강소성 소주시 지역)에서 서쪽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파군과 함께 항량을 만나 군대를 그에게 귀속시켰습니다.


항량이 죽은 후 그 뒤를 이어 항우가 상장군이 되자, 항우는 조나라를 치고, 진나라를 공격했습니다. 그때마다 경포는 항상 선봉에 있었습니다. 진나라를 공격할 때, 경포는 항우의 명령을 받고, 진나라 병사 20만을 땅에 묻어 죽인 적도 있으며, 유방이 먼저 진나라의 수도를 점령하고 함곡관을 막아, 항우의 군대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자, 별동대를 이끌고 우회에 함곡관을 공격하여, 항우의 군사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진나라를 멸한 항우는 지역을 나누어 제후를 임명하고, 영포를 구강왕으로 임명했습니다. 구강지역은 지금의 안휘성 남쪽과 장시성 일대입니다.


항우는 초기 민심을 얻기 위해 회왕을 초나라 왕으로 세우고, 전국을 통일한 후, 회왕을 의제로 삼아 장사 지역으로 옮기게 합니다. 그리고 은밀히, 영포 등에게 명령하여 의제를 죽이도록 하였습니다.



항우의 불만을 사다


기원전 205년 제나라의 전영이 항우에게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자 항우는 전영을 공격하면서 영포에게 군사를 요청했으나, 영포는 병을 핑계로, 자신이 참여하지 않고, 수천 명 정도의 군사만을 보냈습니다. 이즈음, 한 왕 유방이 제후연합군을 이끌고, 항우가 없는 틈을 타서 초나라의 수도 팽성(지금의 강소성 쉬조우)을 공격했을 때에도 구강왕으로서 부근에 위치하고 있었음에도 초나라를 돕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항우는 사자를 보내 군사를 독촉하였고, 도리어 영포는 두려움으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항우는 영포의 재능과 그의 필요성 때문에 그를 치지는 않았습니다.



초나라에서 한나라로


유방은 일시적으로 팽성을 점령했으나, 곧 항우가 돌아오자 대패하고 도망을 가게 됩니다. 유방이 서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강왕 영포를 포섭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수하라는 인물이 사자로 나서 영포를 설득하겠다고 합니다. 수하는 어려움 끝에 영포를 만나, 이미 제나라와 팽성에서의 전투에 항우에 비협조적이었던 영포는 항우에게 미움을 받았다는 것과 초의 형세가 결국엔 한나라를 이기지 못할 터이니 초를 배반하고 한으로 올 것을 설득합니다. 영포는 수하에게 초를 배반할 것을 약속을 하였으나, 감히 행동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 즈음, 초의 사자가 방문하여 영포에게 군대의 출동을 재촉하자, 수하가 나타나 사자에게 구강왕은 이미 한나라에 귀속되었으니, 초나라에 병력을 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당황한 영포에게 수하는 일이 이미 벌어졌으니 사자를 죽이고 초를 공격하라고 말합니다. 이에 영포가 사자를 죽이고, 초나라와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에 걸친 전투에 초나라의 항우가 승리를 했고, 영포는 수하와 함께 한나라로 도망을 가게 되었습니다. 항우는 구강의 군대를 몰수하고 영포의 가족을 몰살했습니다.


한나라로 간 영포에게 유방은 구강지역과 유사한 회남지역의 회남왕으로 임명하고 초나라를 공격하도록 합니다. 영포는 지인들을 통해 여러 마을을 점령하고, 마침내 구강의 군대를 다시 얻게 됩니다. 영포는 한과 함께 초를 공격해서 해하(지금의 안휘성 북부 수조우시로 알려진 곳)에서 크게 격파합니다. 여기서 패한 항우는 결국 비운의 죽음을 택하게 됩니다.



한나라를 배신하다.


한나라가 안정화되면서, 황제가 된 유방의 아내인 고후가 회음후 한신을 죽이자, 영포도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이후에 유방이 팽월을 죽여서 소금에 절인 후 제후들에게 전달하자, 영포는 한신과 팽월처럼 될 까바 더욱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군사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영포는 특별히 아끼는 여자가 병들어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의사 집의 맞은 편의 비혁이 살고 있었습니다. 비혁과 여자는 친해졌고, 그녀가 영포에게 비혁을 칭찬하자, 영포가 관계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비혁을 부르자, 비혁은 두려워 한나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리고는 영포가 반란을 계획하고 있다고 유방에게 고했습니다. 한나라의 조사를 통해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영포는 이를 알고 비혁의 가족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영포는 주변을 고려하고, 힘을 비축한 후 먼 곳의 제후들에게 도웅을 청하는 방법 대신에, 자신의 재능을 믿고 속전속결로 주변의 제후국들을 공격하고 마침내 유방이 친히 이끈 황제의 군대와 맞닥 드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영포는 크게 패하고, 겨우 1백여 명을 이끌고 달아나게 됩니다.


영포의 장인 장사왕 오예를 뒤이어 장사왕이 된 오신이 상황이 어려운 영포에게 사람을 보내어 월나라로 망명하라고 속인 후, 방심한 영포를 잡아 죽이게 됩니다.




영포는 맨 몸으로 일어나, 제후의 자리까지 오르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몸에 경형을 받았음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행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나라를 공격 시 수십만의 병사를 땅에 묻어 죽였습니다. 사마천은 영포를 포악한 일의 우두머리라고 비판했습니다.


항우의 부하였던 영포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왜 항우를 돕지 않았는지 사기열전 속에 나오지 않았지만, 항우는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자신의 주위 사람의 충언이나 조력자들을 크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다음 편에 한신에서 다시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포도 갈등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어 결국은 초나라를 배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항우의 몰락을 가져온 치명적 사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비하면, 유방은 부지런히 인재를 영입했고, 그들의 충고와 도움을 받아 마침내 전국을 통일하는 역할을 해낸 것은 두 영웅의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포는 유방을 배신 후에도 기회는 있었으나, 자신을 너무 과신하고, 멀리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유방에게 패했습니다. 자신의 여자에게서 칭찬받은 비혁을 질투하다가 사건이 더욱 커지게 되는 어이없는 실수가 영포의 멸망을 이끄는 단추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상 같이 한나라의 공이 컸던, 한신, 팽월과 함께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신과 영포 모두 기회가 있었으나,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유방의 주위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아, 유방을 도왔고, 유방은 그들에게 의존했지만, 그러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독단적인 판단에 의존했던 인물들은 결국에는 유방에게 모두 패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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