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리추얼은 사치, 제발 한 시간만 더 자줘
아침 6시. 아이들이 깨어났다. 아침 9시가 되도록 일어나질 않아서 흔들어 깨워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던데, 우리 집 아이들은 통 아침잠이 없다. 한두 살 때부터도 그랬고 너덧 살이 되어서도 한결같다.
얘들아, 지금은 아주 이른 아침이야. 여기 누워서 조금만 더 자자.
(제발)
눈도 반밖에 뜨지 못한 나는 아이들에게 이부자리를 가리키며 호소해보지만 그런 부탁이 먹힐 리 없다.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놀고 싶어한다. 겨우 다시 눕혀보아도 이불 위를 조금 굴러다니다가 거실에 나가자고 조르기 일쑤다. 아직 손의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 개념도 없는 작은 녀석은 다짜고짜 내 얼굴을 움켜쥔다. 작은 손에 달린 작은 손톱이 왜 그렇게 따끔한지,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난다.
엄마와 함께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따라 거실로 나오면 어쨌든 하루는 시작된다. 비몽사몽하더라도 나는 아이들에게 대꾸해주고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잠이 좀 더 깨면 지난 저녁 설거지를 해치우고, 출근 전에 끝낼 만한 집안일을 살핀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배를 쓰다듬는다. 사과를 깎고 달걀후라이를 부치고, 가끔은 시리얼과 우유를 놓아주고 가끔은 브로콜리와 소고기를 넣은 주먹밥을 내어준다.
다 먹이고 다 먹고 보니 벌써 8시다. 두 녀석 등원 가방을 싸고 옷을 골라 꺼낸다. 물을 챙겨 마시게 하고 감기약을 먹이고 나면 미리 돌려둔 세탁기에서 빨래가 끝났다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바야흐로 아침의 시대.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아침 리추얼ritual이 대세다. 함께하는 온라인 리추
얼을 제시하며 코로나 시대에 폭풍 성장한 플랫폼 ‘밑미’를 통해 최근 몇 년 리추얼 붐이 일었다. 또 미국 작가 할 엘로드가 쓴 자기 계발서에 등장한 ‘미라클 모닝’ 개념 또한 MZ세대를 관통하며 ‘미라클 모닝 챌린지’로 이어지고 있다.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은 오전 6시나 더 이른 시각에 일어나 독서나 운동을 하며 자기 계발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무얼 읽고 쓰고 보고, 밖에서 나가서 걷고 달려도 차고 넘칠 시간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생긴 뒤로는 아침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는 건 아주 큰 사치가 되었다.
나는 아침을 정말 좋아한다. 흔한 INFP들은 새벽을 좋아한다지만, 잠이 많은 나는 늘 새벽에 깨어 있는 법이 없었고 새벽 감성을 알지 못한다. 대신 아침은 안다. 여명마저 사라질 무렵 피어나는 기운. 거리의 꽃과 가로등 같은 것에 맺혀 있는 지난 밤의 물방울. 깨어나는 것들이 하나둘 지저귀기 시작하는 목소리. 절망보다는 희망. 사그라듬보다는 차오름. 우리가 아침이라고 부르는 것들.
아침은 귀하다. 한없이 존대하고 싶고, 품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꽉 안고 싶다. 시간이 허한다면 아침밥도 정갈하게 챙겨 먹는다. 아침을 닮은 신선한 것들을 꼭꼭 씹어 삼키기. 산책도 운동도 모두 아침에 하고 싶다. 저 아침의 기운이 몽땅 내 몸에 스며들도록. 아이들이 없었을 땐 여행을 가면 꼭 이른 아침 바다산책이나 시내 조깅을 했다. 걷고 달리면 그 도시의 아침이 내 것이 되었다.
아무튼, 아침. 난 아침이 정말 좋다. 오롯이 내 것인 딱 몇 번의 아침만 주어도 나는 금방 치유되고 살아갈 동력을 넘실넘실 채워 오리라. 그런데 지금은 엄마와 놀고 싶은, 엄마의 손길이 간절한, 엄마 바라기인 두 꾸러기가 내게 있다. 나의 아침은 온전히 그 녀석들의 것이다.
살림과 돌봄으로 가득한 아침. 그래서 나는 아침 6시에 강제로 기상을 당할 때마다 결국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버리고 만다. 제발 여기 누워서 조금만 더 자라고, 네가 돌아다녀서 동생까지 잠을 깨버렸다고. 나한테는 아침 리추얼도 미라클 모닝도 사치라고, 내가 그런 시간을 되찾으려면 5~6년쯤은 더 아이들을 자라나게 해야 한다고, 순식간에 생각이 거기까지 가닿으며 눈을 뜬다.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해서 엄마를 좋아해서 깨우는 것뿐인데.
옆에 같이 있고 싶어서, 같이 놀고 싶어서.
그걸 되새기며 자꾸 솟아나는 화를 다스린다.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내 얼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엄마~" 하고 부를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쓰다듬으며,
내게 사치인 것은 과연 무엇인가 찬찬히 곱씹어보는 것이다.
아침이면 엄마를 깨우는 저 작고 귀엽고 보드라운 마음들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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