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부모님은 맞벌이셔서 학교에 가기 전까지 나는 보통 집에 혼자 있었다.
그런 내가 불쌍하다며, 6~7살쯤 엄마가 큰 맘 먹고 사주신 고급(이라고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인형.
그건 바로 '양배추 인형'이었다.
그 전에 나에겐 딱 하나, 곰돌이 인형이 있었다.
갈색 뽀글머리에 데님으로 된 뽀빠이 바지를 입고 있던 그 곰돌이를 지금도 누가 사준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사촌오빠였을까?
늘 그것만 들고 다녀서 반질반질 때코팅이 됬었던 그 인형을 들고 덩그러니 혼자서 놀던 나.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유행하는 비싼 인형을 사주신 거겠지.
내 기억 속 양배추 인형은 거의 나만 한 크기로 기억되지만 사실은 50cm쯤일 것이다.
보글보글한 금발 파마머리를 가진 아기인형이었는데 왠지 모르지만 이름이 양배추 인형이었다.
그때부터 난 늘 양배추인형을 엎고 다니고 먹던 밥도 나눠주고 잠도 같이 잤다.
학교에 입학하고도 양배추 인형과 헤어지기 싫어, 인형을 업고 학교에 가겠다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인형 양말을 벗겨 내가 신고 가겠다고 떼를 쓰며 울었던 적도 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니 웃기기도하고 조금 안됬기도하네.
그 후로 양배추 인형과 얼마나 오래 함께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이사를 여러번 하면서, 슬쩍 버려졌던 것 같다.
몇십년을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아이가 떠올랐다.
"아. 나도 애착인형 있었는데... 그런데 왜 이름이 양배추 인형이었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알고 보니, 그당시 인형들은 'Cabbage Patch Kids'라는 브랜드의 인형으로
마법의 양배추 밭에서 태어난 아기들이라는 스토리 설정이 있어서 양배추인형이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은 '구매'가 아니라 '입양'하는 거였다고 한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아마 엄마는 나를 위해 동생을 입양해준 셈이었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며 기억을 더듬다 보니, 점차 기억이 또렷이 되살아났다.
그래. 그 아이는 꽃무늬 블라우스에 노란색 골덴 바지를 입고,
줄무늬 양말을 신고 있었다!!!
얼굴은 딱딱하지만 몸은 부드러운 천으로 되어있었고 누우면 감기는 예쁜 눈을 가졌었지.
그런데 한참을 인터넷을 뒤져도 똑같은 인형은 찾을 수 없었다.
시골 시장에서 샀던 인형이라 그럴까.
아쉽게도 사진 한 장 찾을수가 없지만, 괜찮다.
이제 그 얼굴과 표정과 옷차림 모두에 대한 기억이 내 안에 살아 있으니까.
조만간, 서툰 그림 실력이지만 양배추 인형의 그림을 그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