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 보통 날,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강렬한 그리움이 몰려오면서
과거의 짧은 단상 하나가 떠오른다.
긴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억울했거나 기억에 남는 사건도 아닌데
비슷한 물건, 그날의 하늘, 저녁의 공기—
그런 것들에 의해 갑자기 떠오르곤 한다.
나는 중학교 이전, 유년시절이 잘기억나지 않는다.
가끔은 어린 시절의 내가 궁금해진다.
“나라는 아이는 어땠을까?”
어떤 하루를 보냈고, 무슨 생각을 가장 자주 했을까.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고, 슬펐던 것 같기도 하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들과 맞벌이하던 부모님 때문에
집에 주로 혼자 있으면서 밥도 혼자 챙겨먹곤했던 아이.
가난해서 내복을 주로 입고 다니고,
누런 콧물을 달고 살며,
큰오빠가 집에서 대접을 덮어 일자로 잘라주었던
바가지머리의 여섯 살의 나.
그래. 지금 내가 유년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은
아련하고 애틋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분명 닳지 않는 배터리를 단 것처럼
쉼 없이 하루를 살아냈을 나의 어린 시절은
왜 이렇게 희미할까.
아무도 관심없는 그 시절을 내가 기억해주지 않으면,
그 긴 시간은 그냥 그렇게 잊혀져버릴지도 모른다.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분명 존재했던 사람들.
즐거웠던 어느 날. 이유는 잘 모르지만 왠지 슬펐던 마음.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내가 있다.
유년의 기억이라는 건 그렇다.
쭉 이어지는 서사라기보다는
토막토막 떨어진 장면.
기억은 '서사'가 아니라 '파편'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모든 나는 다 다른 나처럼 기억된다.
우리에겐 앞으로 살아갈 날들만 의미가 있는 걸까?
내가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 적는다는 건,
잊힌 시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 아이의 기억을 복원하는 여정.
오늘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는 나의 유년들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
하나하나, 잊지 말고 꺼내어주자.
그 시간들을 잊고 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