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시기에 살았던 집은 2층 단독주택이다.
그 집은 건축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지은 집으로 80년대 많이 짓던 전형적인 건축스타일의집이다.
회색의 인조대리석 벽돌로 지어진 네모 반듯한 양옥집으로 일층으로 들어서면
거실은 원목마루가 깔려있고 고전적인 샹들리에가 달린 천정이 있다.
거실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도 역시 원목이였고 난간엔 커다랗고 동그란 장식 볼들이 달려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시원했고 오르락내리락할때는 니스냄새가 섞인듯한 나무 냄새가 났다.
유일하게 우리 가족이 부유했다던 시절. 그 집에 대한 기억은 이상하리만큼 흐릿하다
왜냐하면 나는 불과 6살도 되기 전이였고, 그 후엔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되
그 집을 팔고 바로 뒤에 딸린 셋방집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집에 대한 남은 기억은 움직이는 필름이 아니라 몇 장의 스틸 사진이다.
커다란 진열장의 못난이 인형들과 신랑 신부가 한복을 입은 인형셋트,
원앙세트 같은 것도 있었고 엄마가 큰 맘 먹고 장만했다는 요리전집이 있었다.
비록 내 기억 속엔 없지만 그 집에 얽힌 엄마가 나중에 말씀하신 재밌는 한 사건.
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이웃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엄마가 집에 돌아와보니,
동네 친구 몇 명을 데려와 거실 한가운데 신문지를 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선 다 같이 손을 쬐고 있었단다. 원목 마룻바닥에 불을 활활 태우며.
그러고보니 거실 한가운데의 마루바닥이 시커멓게 그을려있었던게 떠올랐다.
비록 그걸 태운게 나라는건 이제야 알게됬지만.
아마도 그때 나는 추운 겨울 탐험을 떠나 모닥불을 피고 모여앉은 어느 동화를 읽은게 아닐까 .
어린시절의 나는 가끔 낮설게도 무모한 면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