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폭신한 비단 솜이불

by 온도

아빠의 사업이 문을 닫고, 우리는 이층집을 내어주고 셋방으로 이사했다.

밤이 되어 잘시간이 되면 엄마는 작은방과 큰방을 나누던

미닫이문을 열어 하나로 만들고,

그 위로 무겁지만푹신한 빨간 비단(?)솜이불을 까셨다.

나는 신이 나서 엄마가 이불을 펴는 대로 작은방에서 뎅구루루 굴러 큰방까지,

엄마 옆으로 굴러가곤 했었다.

그때 아빠에게 안마를 해주겠다며 언니들과 나는 모두 동시에 아빠 다리위에

올라가서 즈려 밟곤했는데 아빠 다리는 정말 튼튼했었나보다.


주말 아침이면, 덮고 자던 솜이불의 네 귀퉁이를 하나씩 쥐고

탈탈, 이불을 털어냈다.

아빠가 늘 크게 외치시고, 우리가 따라 외쳤던 마법의 주문.

“우리 OO, 똥가루 날아가라!”


그 무겁고 따뜻한 솜이불은 엄마가 시집올 때 혼수로 가져온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장롱에서 꺼내어, 하얀 면 홑이불을 빨아 덮어씌우고

큰 바늘로 한 땀 한 땀, 솜에 고정하셨다.

나는 그 옆에서 바늘에 실을 꿰어 드리곤 했지.

많은 겨울이 지나고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모를 빨간 비단 솜이불.

그 안엔, 갑작스레 바뀐 형편과 그 시절 우리 가족의 웃음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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