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물건 시즌1을 닫으며]
쓰는 물건을 주제로 오랜 시간 구상하며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물건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을 보고 ‘어! 네일아트가 예쁘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당히 물질중심적인 사고관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물건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담겨 있다. 우리가 그것을 욕망하는 마음,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그림이 고스란히 표현되어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조용히 비춘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소비하며 나는 그것과의 관계를 통해 내 안에 숨겨진 무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로 내가 가진 물건은 창작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창작이라는 것은 읽어주고 소비해 주는 당신을 만나서 존재할 수 있다. 내가 가리킨 손톱을 봐주고 있는 당신을 내가 늘 그리고 있다.
나는 당신에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쓸모가 있는, 그러면서도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물건이 되고 싶다. 모두가 알 필요도, 모두와 친해지고 싶지도 않다. 그런 존재가 된다면… 혹은 될 수 있다 해도 또 다른 소음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소진되어 버릴 것 같다.
쓰는 물건은 나를 소개하는 말이기도 했다.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내가 쓰는 물건의 목표였으니까. 지금껏 살면서 배우고 깨달은 사소하고 별 볼 일 없는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며 지금처럼 살고 싶다.
가끔씩 다른 사람들의 물건들을 관찰하는 일도 좋아한다. 왓츠인마이백과 같은 프로그램, 소비요정의 도시탐구, 등 그 사람의 집과 그 사람의 가방에 담긴 욕망을 관찰해 본다. 얼마나 비싼 것인지는 단순히 그 사람의 경제 수준만을 표현할 뿐이다. 돈이 많은 것 이외에 그 사람이 그것을 선택한 이유와 시간,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가 관찰한 타인의 물건들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다음 시즌2에서는 연재해보려고 한다.
나르시르트처럼 내 안의 물건을 거울처럼 지독하게 들여다보았던 시간을 마친다. 그 외로운 독백을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