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으로 나가 문을 열고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계단을 따라 햇살이 층층이 비추는 모습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늘진 자리에 비친 햇살을 사진으로 남기려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빛을 어둡게 조절하니 계단에 비친 햇살은 더욱 선명했다.
한 동안 내가 가진 힘이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질투에 눈이 멀어서, 내가 하는 노력은 아직도 기대치에 한참을 미치지 못해서 누군가 오랫동안 갖추기 위해 쟁취한 노력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인정욕구에 메달리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갈구했던 시간은 점점 나를 어둠으로 이끌었다.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우느니라 (잠 10:12) 라는 성경구절이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허물이 있고 연약함이 있는데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마음도 있어 사람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표현하는 방식도, 생각도, 여유의 크기도 전부 달라 상대적으로 연약한 영역이 드러나곤 하지만 더러는 다름을 잘남과 못남으로 해석하곤 한다. 잘남과 못남은 대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서 배제하려는 태도. 허물을 드러내어 사망에 이르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너무 과격했나)
사랑이 누군가의 마음을 되려 무겁게 한다면 외사랑이라 했던가. 짝사랑도 아닌 외사랑. 외로운 사랑에 확신이 가까워지자 사랑은 지워지고 ‘외’ 자만 남곤 했다. 나의 못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비루하고 쓸쓸한 마음이 상대를 그리고 나를 둘 다 지치게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마음 빗장을 굳게 잠그고서 사랑을 고파하는 고집쟁이가 되었다. 받는 것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말 하고는 뒤에서 뒷통수를 치거나 다른 말을 하겠지 하고, 사랑을 주는 일도 생각하는 일도 자신이 없어지고 체념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두울수록 빛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동네친구이자 최근에 독립출판을 한 동네친구 K가 한 손에 파이로트 펜을 쥐고서 한 뼘 크기의 편지지에 꾹꾹 편지를 눌러쓰기 시작했다. 한 줄에 적힌 글에 의심 위로 진심이 지나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응원해주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눠줄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귀한 사람’
각자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능력이 다르기에 세상은 다양각색의 스펙트럼을 띤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미묘한 차이에 우리는 복잡한 감정과 맥락이 뒤섞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이 곧 사랑일진데 이는 모든 걸 맞추려고 스스로 애걸복걸 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다르다는 걸 알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두운 마음 위로 빛이 새어든 자리의 초점은 또렷하고 생생하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새어나오는 빛처럼 과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채, 선명한 사람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