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Jan 16. 2022

천지는 사람의 집

[개벽통문-230]

1. 

격주(월2회) 진행되는 "천도교회월보강독" 5호-2회차 강독 모임이 14일(금)에 진행되었습니다. 홍박승진님이 "천도교서"를, 제가 "천도교는 세계 인류의 본연적 종교(윤구영)"이라는 글과 "천지는 사람의 집(이종린)"의 글을, 라명재 님이 "천덕사은의 설(임명수)"라는 글을 번역하고 함께 읽었습니다.


2. 

"천지는 사람의 집"이라는 글은 "푸르디푸른 하늘[蒼蒼一殼]은 무엇[何, 누구]을 위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해와 별을 비추며 비와 이슬을 베풀며, 바람과 번개를 내리며, 달빛과 이슬을 내려서 모든 이치[萬理]를 갖추었는가.  돌고 도는 지구는 무엇(누구)을 위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강과 바다를 벌여 놓고, 산악을 이루며, 금수와 물고기를 길러내며, 초목이 자라게 하여 만물[品物]을 길러내는가. 또한 꿈틀거리는[蠢蠢] 몸뚱이[塊肉=인간]는 무엇을 위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학문(學問)을 하며, 제도를 마련하고, 넘어져도 일어나며, 울고 웃으며[啼笑] 백년 생을 바쁘게 살아가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합니다. "천지인(天地人)"이 왜 생겨나서, 왜 살아가는[존재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3. 

이어서, 하늘이 베풀어 놓고 땅이 길러 주는 만물은 모두 사람이 그것을 재작(裁作)하여 씀으로써 그 유용(有用)이 드러나는 것임에도 이 세상에는 가난하고 괴로운 사람도 있고, 부유하고 안일(安逸)한 사람도 있는데, 그러나 부유하고 안일한 사람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전전긍긍함이 있으며, 산에 깃들어 사는 사람은 강가의 풍경을 부러워하고, 강가에 노니는 사람은 산협(山峽)의 절경을 그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하였습니다.


4.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하늘과 땅은 만물의 은택을 특정한 사람만을 위하여 갖추어 놓은 것이 아니므로 부지런하고 정성들여서 먼저 그 과실을 획득하는 사람은 그 은덕을 누릴 것이요, 게으르고 교만한 사람은 잠깐 사이에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것만 좇아서는 결국 허무한 결말을 면치 못하는 것이 또한 인간 세상의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5. 

이러한 실정에 대하여 의암성사(손병희)는 "천지는 사람의 집이라"고 하신 말씀을 소개하면서 "천지로 집을 삼으면 봉호상추(蓬戶桑樞: 쑥과 뽕나무로 지은 집)의 몇 칸짜리 띠집[數椽茅茨]도 나는 누추하게 여기지 않는 바요, 조란화동(雕欄畵棟: 조각된 난간과 그림 그려진 용마루로 된)의 백량운구(百樑雲搆: 백 개의 기둥과 구름으로 엮은 집)도 나는 사치스럽다고 여기지 않는 바요, 금릉의 가사(歌榭: 중국의 유명한 정자-가무가 펼쳐지는)요, 전당의 무대(舞臺; 중국의 유명한 누각-가무가 펼쳐지는)라도 나는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 바요, 백량황엽(柏樑黃葉)과 동대낙화(銅臺落花)라도 나는 슬프게 여기지 않는 바로다. 다만[但]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추위에 떠는 자는 따뜻한 곳을 제공하고, 병든 자는 약을 제공하고, 괴로운 자는 안락함을 제공하여 온 세상에 한 사람도 굶주리고, 춥고, 병들고, 괴로운 자가 없은 연후라야 이에 나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라고 합니다. 


6. 

이처럼 "천지를 집으로 삼는 자 = 천도인"은 세계 16억8천만의 인류를 모두 동포, 형제, 자매로 여기는 바 "이와 같은 다수의 형제자매를 어떻게 배불리 먹게 하고 따뜻하게 하며, 어떻게 약을 주고 즐겁게 할까. 저 한울이 준비한 밑천[資本]과 땅이 길러낸 만물[品物]이 무궁히 갖추어져 있으니[固有] 나는 다만 꿈틀거리며 이 몸[一機]을 움직여서 도끼를 들고 길고 짧은 것을 마름질하여 만들뿐이요, 계산기를 들고 (물품이) 들고나는 것을 계산할 뿐이라.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리오. 그 밑천이란 무엇인가. 한울이 갖추어서 나에게 준[備我] 성령(性靈)이 이것일 뿐이다. 그 물품은 무엇인가. 땅이 길러서 나에게[長我] 준 육신이 이것일 뿐이다. 성령은 몸을 집[家]으로 하고, 몸은 성령의 집[屋]이 되어 서로 닦고 보호함[修保]하는 것, 이것을 일컬어 ‘천지가옥(天地家屋)이라 한다. 그 큼이 한정이 없고[其大無外] 그 수명이 무량[其壽無量]하고, 없는 것이 없고[無物不藏], 갖춰지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無器不具]."라고 하였습니다.


7. 

보국안민을 넘어, 포덕천하 광제창생하려 하는 천도교의 포부와 그 철학적 근거를 잘 보여주는 글이었습니다.

#천도교회월보 #天地 #家屋 #飢寒病苦 #聖師 #不家 #性靈 #이종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