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强我之) 씀, <<개벽>> 창간호, 126-127쪽 / 편역 박길수
동무들아 내 실로 동무들을 위하여 애써 부르짖노니
제발 젊지 않은 체 말며 샌님인 체 말아라.
제발 늘큰하지* 말며 꼬물꼬물 하지 말아라.
제발 갓신을 벗어라. 만도 식 행동을 폐하라.
생기 있게 활발하게 꿋꿋하게
장부답게 쾌한(快漢)답게 개벽적 인물답게
죽이 되나 밥이 되나 흑(黑)이 되나 백(白)이 되나
그제 막 터벅거리어라*. 막 덤비어라.
주먹을 불끈 쥐고 발을 쾅쾅 구르면서.
동무들아!
웃을진댄 기(氣)껏 웃고 울진댄 실컷 울어라
뛸진댄 땅이 무너지게 고함할진댄 태산이 물러가게
세계를 온통 쓸어 내 주먹에 넣을 듯이
지구ㅅ덩이를 번쩍 들어 내 어깨에 멜 듯이
만인의 전(前)에도 선 듯이 나는 나로라 하고
만난의 중(中)에도 나는 능히 이긴다 하여
아주 기운차게 힘 있게 씩씩하게.
그저 나아가고 그저 이기어라.
제발 어린 체 말며 못 생긴 체 말아라.
동무들아!
할 말이 있거든 시원히 하여 버리라. 우물쭈물 말고
할 일이 있거든 선뜻이 하여 버리라. 주저하지 말고
갈 길이 있거든 화닥닥 나아가거라 멈칫멈칫 말고
그리하여 분한 일이 있든지 억울한 일이 있든지 싸울 일이 있든지
평화가 되나 쟁투가 되나 뼈가 부러지나 살이 떨어지나 리(利)가 되나 해가 되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쾌(快)히 응하여 겪어 보라 나중에 무엇이 되든지.
동무들아!
일[事]에 임하여, 경우에 처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무러하지도 못하고
중간 평화하거나 엉거주춤하여
꽁지를 슬슬 빼거나 차차 보아가면서 함은
실로 졸부(拙夫) 졸니라 못생긴 자니라 더러운 자니라
정말 사나이요 정말 장부이면
어찌 그 그러할 거냐? 하고 볼 것이자
잘 되면 왕 되고 못되면 역적될 심 잡고
그저 각자의 희망을 위하여 하여 볼 뿐이다.
동무들아!
우리는 체면 볼 우리도 아니며 젊지 않은 체 할 우리가 아니니라.
똥 구루마를 끌든지 굴뚝을 쑤시든지
짚세기를 삼든지 뽀이 노릇을 하든지
부귀자의 자식이든지 빈천자(貧賤者)의 자식이든지
땀을 좍좍 흘려야 살 줄 알며 제가 하고야 먹을 줄 알라
제 아무리 능한 자라도 스스로 함[自爲]이 없고는 죽으리라
제 아무리 지자(智者)라 한대도 스스로 지음[自作]이 아니고는 망할지니
동무들아 그저 땀 흘리라 그저 심신을 다[盡]하라.
동무들아!
무엇무엇 하여도 오직 자각뿐이니라.
이것저것 하여도 오직 실력뿐이니라.
이탓저탓 하여도 오직 제 탓이니라.
기절[昏睡中]해서 누워서 아무리 손을 헤맨들 무엇이 잡히겠느냐?
사막 가운데 앉아서 아무리 생명수를 구한들 무엇이 살길을 지도하겠느냐
제가 잘못하고 제가 텅텅 비고 누구를 원망[怨]하겠느냐.
동무들아!
제발 자아주의를 깨달으라.
제발 자력주의를 가지어라.
제발 생의 요로(要路)에 진(進)하여라.
제발 눈을 똑바로 뜨고 목적한 그곳만 주시하라.
적중이 될는지 중락(中落)이 될는지
생의 낙원이 될는지 사의 지옥이 될는지
천도(天道)는 공(公)하고 세상일[世事]는 정(正)하니
동무들아!
주저 미결은 결코 장부의 본색이 아니니라.
유예 방황은 실로 20세기의 기물(忌物; 꺼려야 할 물건)이니라
오직 과감자라야 성공하고 오직 진취자라야 될 것이니
늘큰하지 말고 머뭇머뭇 하지 말아라.
동무들아 내 실로 눈물 짜며 애원하노라.
*늘큰하다 : 게으르다.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 평북방언.
*터벅거리다 : 힘없는 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