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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담 Sep 21. 2022

애쓰고 있는 당신께

antifreeze, 내게 온기를 전하는 것들

안온함 속에 살고 싶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미간 사이 잔뜩 힘을 주지 않아도, 두 주먹 사이로 엄지손가락을 꾸욱 누르고 있지 않아도 되는 곳에 있고 싶습니다. 그러니깐, 마치 흐르는 공기처럼 물처럼 편안한 곳에 존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 일에 제법 초연해진 저라고 생각했는데, 30년간 쌓은 내공으로 이제는 누구와도 둥글둥글 잘 맞춰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자신에 회의감이 드는 때가 종종, 아니, 제법 자주 있는 것 같아 놀라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이 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입니다.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들, 사랑하는 일들이 너무 유별나 보이지는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쩐지 제 주변 공기밀도가 많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숨이 턱턱 막힌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무심코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단어들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내 고개를 저어봅니다.     


얼마 전 제가 정말 사랑하는 가수 백예린님이 '물고기'라는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정말 마음에 꼭 드는 노래들이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유독 그 가사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난 땅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물고기였을지도 몰라,

가끔 내 마음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상관없어



그녀와 저는 일면식조차 없지만, 그 분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살펴보다 보면 어쩐지 우리가 언젠가, 혹은 머나먼 평행세계에서 한 번쯤은 서로를 스쳐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마음이 제가 안온함을 바라는 순간의 그것과 같을까요?     


문득 생각해 봅니다.

나의 모습이 흡사 땅에서 숨을 쉬는 물고기같지 않을까 하고요.

만일 그렇다면, 이제 그만 애쓰고 늦지 않게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곳에 가면 내가 다른 이들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혹은 스스로 만들어낸 소외감 없이 편히 숨을 쉴 수 있을까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자못 위로를 받는 요즈음입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에요' 라면서요.     



요즈음은 이슬아 작가님과 남궁인 작가님의 서간문을 읽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기도 받기도 참 좋아하는 저는 요즘 출퇴근 길마다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한 통씩 훔쳐보고 있는데요, 마치 누군가가 제게 보내준 편지를 읽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회사로 향하는 길이 어쩐지 조금은 덜 외로운, 따뜻하기까지 한 나날들입니다.     

하루에 한 두통씩 읽다 보니 벌써 책의 3할 이상을 읽어버려, 읽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분들의 이야기,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온기는 제게 하루치 처방약과도 같은데, 그 온기에 취해 한달음에 책을 읽어버리면 제 남은 나날들이 조금은 차갑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문득 이 책을 처음 소개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오늘이네요. 네, 사실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 펜을 들었는지도 몰라요.   

  

저는 앞으로도 얼마간은 외로움과 고뇌 속 이런저런 고민들과 함께 헤엄치며 살아갈 것 같지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주변에 드리워진 온기 덕에 너무 많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적고 보니 '확신이 든다'고 말하고 싶어 졌어요.   

  

당신의 하루도 많이 힘겹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께 가지고 있는 가장 따뜻한 마음이 바람결에, 아니 그보단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 곳에 당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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